그 격리 해제를 딱 한 시간 남겨두고 있는 지금, 잊지 말고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기록한다.
이전에 산후 두 달도 안돼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그 뒤에 줄지어 꼬리를 문 병치레로 인해 입퇴원을 반복하기도 했고 장기간 약물 치료 시간들도 있었지만, 늘 혼자서 견뎌야 하는 밤이 서럽도록 외로워 흘러내리는 눈물이 베갯잇을 축축하게 적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게 몸이 아프다는 건 그 기억이 전부였다.
그래서 몸이 아프려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예민해지기도 한다.
너무너무 싫어서..
또다시 그 시간들을 혼자서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
이번에는 달랐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PCR 검사 결과도 음성이라던데 계속 열이 나고 목이 많이 아프다더라 소문이 주변 지인들 간에 오가고,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 연락이 자주 왔다. 변성기 소년 같은 목소리도 낼 수 없어서 아니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 전화조차 받을 수 없었다.
이미 코로나 확진 후 그 통증의 터널을 지나 온 지인들은 배민 상품권부터 죽 상품권, 치킨 상품권을 보내며 아무리 아파도 빨리 나으려면 뭐라도 꼭 챙겨 먹으라고 당부를 거듭 전했다. 이온음료가 도움이 되었다더라,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니 좀 괜찮더라 등 경험담을 전해주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나를 시작으로 시간 차 일가족 확진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 몸도 아픈 데 아이들 끼니 챙길 생각하지 말라며 도시락 김과 시리얼부터 요구르트, 대저토마토, 오렌지, 전복죽, 매생이죽, 야채죽, 능이버섯 한방 삼계탕, 도라지청, MCT 오일과 코푸 시럽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먹거리와 비상약까지 문 앞에 두고 갔다.
그저 아내가 환절기 목감기 혹은 독감에 걸린 것이려니 생각했다가 코로나 확진과 동시에 안방 격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남편이었을 거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해도 다 끝내지 못해 퇴근 후 집에서도 못다 한 일을 해야 했던 사람이 갑자기 출근하지 못하게 된 첫날, 문 밖에서 쉬지 않고 전화벨이 울렸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아이들의 삼시세끼 끼니를 스스로 챙겨야 했던 남편의 고단함은 거실에서 들려오는 코 고는 소리만으로도 짐작이 갔다. 그러던 중 문 앞에 배달된 먹거리들로 순식간에 냉장고가 가득 찼고, 그나마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노고를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은 목구멍으로 몇 알의 알약을삼키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힘겹게 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인후통은 불구덩이를 삼킨 듯 뜨겁고 쓰라렸다. 비록 목구멍은 타는 듯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의 부재에도 남편과 아이들이 끼니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는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이었다.
보통 말하기를 성경책을 압축하면 한 마디로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행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성경에서도 가장 큰 계명으로 가르치고 있다. 사순절을 지나고 있는 지금도 예수님의십자가 사랑과 부활 신앙을 전하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웃을 향한 사랑에 인색해선 안 된다고 말씀을 통해 거듭강조하고 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마태복음 22:37-40)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열흘간 치열하게 통증과 사투를 벌인 이 일도 기억에서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통증이 잦아들지는 않았는지 묻고 또 묻고, 나를 두고 중보 해준 이들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