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의 설명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는 “나이가 약 1,000살 정도라고 전하고 있으나, 실제 나이는 약 250살(지정당시)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의 높이는 16m, 가슴높이의 둘레가 2.86m에 이른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강감찬 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지팡이를 꽂았는데 그것이 자라 오늘의 굴참나무가 되었다고 하나 원래의 나무는 죽고 그 후계목이 자라 지금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 답사를 끝내니 오전 12시가 조금 넘었다. 약간 출출해진다. 굴참나무에서 멀지 않은 길목 김밥을 찾는다.
길목 김밥은 난곡 도깨비시장 입구에 있는 작은 김밥집이다. 오백 원 동전 크기만 한 일반 김밥과 김밥에 달걀옷을 입힌 계란 김밥 두 가지를 판매한다. 가격도 1,000원, 2,500원으로 부담 없다. 산행 때나 아이들 소풍 갈 때 도시락으로 제격이다.
내부에 김밥 싸는 기계가 보인다. 김을 깔아주면 알아서 밥이 나와 얇게 깔리고 김밥 속 재료를 넣으면 자동으로 척척 말아낸다. 말려진 김밥도 기계가 고른 크기로 썰어준다. 기계가 도깨비 망방이다.
기계 덕분에 많이 편해졌지만, 속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에 넣고 포일에 싸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3분의 어르신들 손길은 쉴 틈 없이 분주하다.
일반 김밥은 김에 찰지고 촉촉한 밥을 깔고 단무지, 햄, 달걀지단, 당근, 시금치 등 꼭 들어가야 할 몇 가지만 속 재료로 넣었다. 다 싼 김밥에 참기름을 살짝 바르고 깨를 뿌렸다. 계란 김밥은 달걀옷만 입혔을 뿐 속 재료와 크기가 일반 김밥과 다르지 않다.
참기름 냄새가 먼저 솔솔 코를 자극하며 입맛을 돋운다.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잘려진 김밥을 맛본다. 간은 삼삼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산듯하다. 밥을 씹을수록 은은하게 단맛이 돈다. 달걀옷을 입은 계란 김밥은 달걀 지단의 고소함이 더해졌다. 특별한 재료도 기교도 없다. 담백함이 주는 여운은 손이 자꾸자꾸 김밥으로 향하게 한다.
50여 년 영업하다 2020년 10월말에 폐업한 제천 서울김밥집 할머니의 김밥 맛을 떠올리게 한다. 도깨비에 홀린 듯 찾을 시장 길목 김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