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겨울 들녘에서 냉이를 캐온다. 흙을 털어주고 깨끗이 씻어준다. 잎 중간 연녹색 꽃대에 하얀 꽃을 피운 냉이가 보인다. 처음 보는 냉이꽃이다.
꽃바구니가 그려진 식탁에 냉이를 올리고 자그마한 냉이꽃을 바라본다. 겨울 속에서 봄을 터뜨리려는 찰나다. 냉이꽃의꽃말은 "나의모든것을바칩니다"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한다.
자세히보면
냉이꽃 피어 있는
울타리여라
에도시대 하이쿠(일본 정형시의 일종이다. 각 행마다 5, 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진다.)의 성인(俳聖, 배성)으로 칭해질 정도로 일본 하이쿠 역사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마츠오 바쇼'가 냉이꽃을 보며 쓴 시다.
류시화 시인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에서 이렇게 풀이한다.
"'자세히 보면'이 설명적이라서 하이쿠 답지 않다는 평을 듣기도 하나, 바쇼가 오히려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었다. 분명한 존재감을 가진 꽃이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 "주위에 있는 것들을 자세히 보고 잘 보고 시를 읊으라."라고 바쇼는 가르쳤다. 가깝고 흔한 세계에서 미와 의미를 찾고, 못 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의 한 부분에 감동하며 거기서 진리를 읽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라는 것이다.”
냉이는 나시, 나이, 남새, 나생이에서 유래한, 오래된 우리말로 '나물'과 어원이 같다. 냉이는 봄에 먹는 대표적인 나물이다. 깨끗하게 손질한 냉이를 삶지 않고 날것으로 무친다.
눈에 군침이 꼴깍. 손으로 덥석. 꼭꼭 씹는다. 새콤하고 매곰한 양념 속에서 꽃말처럼 '나의 모든 것을 바친' 냉이가 어금니에 씹히며 봄을 콕콕 각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