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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바롱이
Apr 06. 2024
해장하러 왔다가 술 또 먹고 오지요!
서울 어머니대성집
어머니대성집
은 1967년 개업하여
3대째 대를 잇는 서울 해장국 노포
다. 주변의 노동자들, 동대문 새벽 상인등 노동을 마치고 온 손님들에게 든든함과 시원함을 주던 곳이다. 2020년 1월 용두동 4층 규모의 건물로 확장 이전하였다.
50여 년 전통의 맑은 국물에 토렴한 밥과 우거지, 선지, 양짓살을 넣은 해장국이 대표 메뉴이며 산적, 육회, 수육등 술 안줏거리 메뉴도 있다. 영업시간이 특이하게도 저녁에 시작해 익일 오후까지 운영한다.
새 장소로 이전 전에 들렸다. 빛바랜 건물 외관처럼 식당 내부에도 70년대의 통나무 모양 테이블, 80년대의 묵직한 원목 좌식 테이블 등 노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자리에 앉아 해장국을 주문한다. 늙은 커다란 솥에서 끓고 있던 해장국을 뚝배기에 넉넉하게 담아 내준다. 조개젓, 무생채, 김치, 다진 고추 등 밑반찬도 곁들여 나온다. 단출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노포에서 살아남은 오랜
업
력이 느껴지는 찬들이다.
밥그릇에 담은 갈색 보리차가 정겹다. 한 모금 쭉 들이켠다. 입과 속이 가뜬해진다. 해장국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해장국은 소뼈와 양지머리, 내장, 직접 말린 우거지와 콩나물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오랫동안 끓인 뒤, 선지를 넣어 다시 한번 푹 끓인다.
검은 뚝배기에 식은 쌀밥을 담아 맑은 기름이 감도는 국물로 토렴후 콩나물, 우거지, 양짓살, 선지, 자극적인 맛 덜한 다진양념을 얹는다.
숟가락을 집어 든다. 살며시 건더기들을 가장자리로 밀친다. 휘휘 젓지 않고 맨 윗부분의 국물을 살포시 떠 먹는다.
알맞은 온도의 국물이 깔끔하면서 깊다
. 식재료들이 푹 고아지며
스며들고 배어 나온 맛
이다. 몇 번의 똑같은 숟가락질이 이어진다. 속을 부드럽게 감싸 준다.
탱글탱글한 붉은 선지 덩어리를 숟가락으로 뚝 떼어내 맛본다. 선지가 뽀드득 씹히며 국물을 혀에 쏟아낸다. 고소하고 시원한 감칠맛으로 입안이 기껍다.
숟가락을 뚝배기 깊숙이 파묻는다. 건더기와 국물을 함께 떠 입안에 넣는다. 엇구수하면서 개운한 국물 사이로 간이 고루 배인 밥알이 보슬보슬하게 씹힌다. 우거지, 살코기, 다진 내포, 콩나물 등 건더기들도 각각의 식감과 맛을 어금니와 혀에 또렷하게 전달한다.
국물과
건더기들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조화
가 그만이다.
함께 나온 다진 고추와 조개젓을 올려서도 맛보고 깍두기, 김치, 무생채도 곁들여 먹는다. 매운맛과 감칠맛, 새콤한 맛과 질감이 담백하고 시원한 해장국에 변주를 준다. 노포의 찬들은 더도 덜도 할 것 없이 마침하다.
국물과 건더기로 꽉 찬 검은 뚝배기가 속을 드러낸다. 땀이 이마와 목덜미로 살짝 흐른다.
온탕에 몸을 담그면 절로 나오는 감탄사를 해장국에서 느낀다
. 속이 환해지고 든든하다. 숙취에 시달린 속을
해장하러 왔다가 또 술을 먹게 할 맛
이다.
keyword
해장국
새벽
선지
Brunch Book
뜨거움은 차가움에 스며들고
05
살아있는 해장의 전설
06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다!
07
해장하러 왔다가 술 또 먹고 오지요!
08
이 손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
09
1964년생, 이름은 해장국
뜨거움은 차가움에 스며들고
바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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