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왜목마을 해변에 있는 해산물 전문점에서 4, 5월 한철 잡히는 실치로 끓인 실치국을 맛봤다.
실처럼 가느다랗고 작은 실치는 흰베도라치의 새끼다. 서해안 충남 당진, 보령, 태안 등의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며, 특히 당진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하며 4, 5월경 실치 축제를 연다.
실치는 회, 국, 볶음, 실치포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3, 4월에 잡히는 연한 실치에 채소를 넣고 양념에 무친 실치회가 별미이다.
삶지 않고 생으로 말린 실치를 양념해 밑반찬으로 즐겨 먹는 뱅어포는 실치포라 불려야 올바른 표기이다. 뱅어는 살이 투명해 한자로 白魚(백어)라 불렸던 민물 생선으로 실치와는 다른 어종이다. 현재는 강의 오염으로 사라진 생선이다. 뱅어가 잡히지 않자 뱅어포 생선업자들이 대체용으로 찿은게 실치고, 실치포를 뱅어포로 불렀다고 한다.
5월 초 왜목해변에 들렸다가 3, 4월의 연한 실치로 무친 실치회 대신 실치국을 주문한다.
뚝배기에 연갈색 된장을 풀고 진갈색 미역, 가느다란 몸집의 투명한 실치를 한 줌 넣어 끓여 내준다. 투명한 실치의 색이 하얗게 변하며 검은 눈알이 더욱 도드라진다.
실치국 한 술 떠먹어본다. 맑은 된장국이 구뜰하고 시원하다. 졸깃하고 쫀득하게 씹히는 미역과 살포시 부드럽게 씹히는 하얀 실치의 식감이 대조를 이룬다. 된장과 미역의 기운이 우려진 국물을 고스란히 품은 실치는 작고 가늘지만 씹을수록 여릿한 감칠맛이 은근하다.
산지에서 맛보는 봄바다가내주는한철진객의맛이다.
"서해안 봄철 진객, 실치회"
서산 삼길포수산물직매장 안에 있는 건어물 가게에 들린다. 수산시장 안에 몇 곳이 실치를 파는데 이곳의 양이 제일 많다.
5월 초라 아직 실치가 억세지 않지만 대중들이 끝물이라고 생각하여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5월 중순이 넘어가면 뼈가 억세져 회로 맛보기는 어렵다고도 한다. 양념과 채소가 포장해 둔 게 남아 실치를 판다고 한다. 날로 몇 마리 맛을 보니 아직 억세지 않다. 단맛에 쌉싸래한 뒷맛이 더해진다.
실치는 성미가 급해 잡자마자 죽어버린다. 유통기간이 짧다. 얼음 위에 실치를 올려놓았다. 채소와 고춧가루, 고추장, 깨, 설탕 등 갖은양념은 따로 판매한다. 실치는 얼음에 담아 따로 포장해 준다. 채소에 갖은 양념을 넣어 먼저 무친 후 실치는 나중에 넣어 버무리라고 당부한다.
실치회를 서산 시내 친분 있는 식당 여사장님이 버무려 주셨다. 여사장님, 지인분과 셋이 함께 맛을 본다. 좋은 음식도 혼자면 맛이 덜한데 여럿이 어우러져 먹으니 한층 맛깔나다.
당근, 미나리, 양배추, 오이 등 채소에 고춧가루, 고추장, 깨, 설탕 등 갖은양념을 넣은 다진양념을 넣어 먼저 무친다. 골고루 무친 비빔 양념 채소에 실치를 넣고 조심스럽게 버무린다.
한 젓가락 크게 떠 맛을 본다. 매콤, 새콤달콤, 고소한 양념이 밴 아삭한 채소의 식감 뒤로 부드럽고 여린 식감의 실치가 살짝살짝 씹힌다. 양념에 가려 실치 본연의 맛은 덜하지만, 꼭꼭 씹으면 달금한 맛 뒤로 쌉싸래한 맛이 더해진다. 봄한철에만맛볼수있는별미실치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