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육거리곰탕
진주육거리곰탕은 진주 통계청사거리에서 천수교 방향으로 직진하여 우측에 있다.
1948년 고(故) 정순악 씨가 육거리에 곰탕집을 개업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2대 70년 넘게 이어오는 전통의 곰탕집이다.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라고 소문난 곳이다.
사골을 푹 우려낸 육수에 밥을 토렴 후 국물, 사태, 소머릿고기 등을 넣은 진하고 깊은 맛의 곰탕과 특제 양념장에 찍어 먹는 수육을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국내산을 사용한다.
70년 전통의 맛이 히한타!
자리에 앉아 곰탕을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액자 속 국자가 눈에 띈다. 창업주가 사용했던 국자를 보관하고 있다. 국자는 전통의 맛을 이어준 역사적 물증이다. 뜨내기손님은 국자를 보며 맛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 올린다.
잠시 후 쟁반에 곰탕이 담긴 뚝배기, 김치, 깍두기, 부추무침, 간 맞추기용 구운 굵은소금 등 음식을 담아 내준다. 색바랜 쟁반에서도 식당의 역사가 엿보인다. 다른 식당들과 다르게 삶은 국수를 그릇에 담아 따로 내준다.
삶은 국수에 고기 찍어 먹는 수육 소스를 넣고 비벼 먹는다. 집간장에 식초, 청양고추를 넣은 수육 소스가 담백한 국수에 짠맛, 신맛, 칼칼한 맛을 더해준다. 깍두기 국물도 넣어 비빈다. 발효의 신맛이 보태진다. 곰탕 국물에 말아 먹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맛의 별미국수다.
국수를 호로록 삼키듯 먹은 후 곰탕이 담긴 뚝배기로 눈을 돌린다. 옅은 갈색빛이 도는 국물 위로 대파와 소머릿고기가 낙낙하게 담겨 있다.
곰탕은 소머리와 사태를 넣어 푹 고아낸다. 뚝배기에 밥을 담고 국물로 토렴한다. 국물, 사태, 소머릿고기, 썬 대파를 얹어 내준다.
국물만 한 숟가락 떠 입에 넣는다. 오랜 시간 곤 국물의 진득함이 입술을 스친다. 국물만 몇 숟가락 더 먹는다. 은은한 육향이 코를 놀리고, 구수함은 혀를 감치고 목젖을 타고 내려가 내장까지 기껍게 한다. 구운 굵은 소금을 조금 넣어 섞은 후 다시 맛본다. 소금의 다양한 맛이 조화를 맞춰주며 담백함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맛의 만족감을 찾는 양념은 개인의 몫이다.
젓가락으로 바꿔 잡고 건더기로 넣은 소머릿고기와 사태를 집어 먹는다. 구수한 국물이 배어들어 촉촉하다. 어금니에 졸깃함과 쫀득함이 콕콕 박힌다.
숟가락으로 건더기와 국물 아래 밥을 뒤섞는다. 건더기와 밥을 국물과 함께 푹 떠서 먹는다. 식은 밥에 뜨거운 육수가 스며들어 먹기 알맞은 온도를 만든다. 고소하고 진득한 국물을 머금은 토렴한 밥알들은 서로 엉기지 않고 고슬고슬하다. 썬 대파와 고기 등 다른 물성이 중간중간 리드미컬하게 씹히며 어금니를 희롱한다.
곰탕에 따라 나온 밑반찬은 김치와 부추김치, 깍두기가 전부지만 허투르지 않다. 김치는 시금하고 깍두기는 달금하고 아삭하다. 돼지국밥 식당에서 자주 보는 부추무침이지만 일반 곰탕집에서 보기 힘든 부추무침을 내준다. 부추무침은 생부추에 멸치액젓과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생부추의 식감과 향, 짭짤한 감칠맛이 담박한 곰탕 국물과 잘 어우러진다.
곰탕과 밑반찬들을 번갈아 먹다 보니 시나브로 뚝배기 바닥이 드러난다. 맑은 국물의 곰탕과는 다르지만 설렁탕과 소머리곰탕의 맛깔짐만 뽑아낸듯 진득하고 구수한 맛이 여운을 남긴다.
부추를 경상도 말로 '정구지'라 불러야 더 맛나게 느껴지듯 진주육거리곰탕 맛은 히한타!(이 말은 희한하다 즉 모든 것이 딱 들어 맞아서 절묘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경상도 지방의 말이다.)
액자 속 창업주가 사용한 국자를 바라본다. 70년 넘는 진한 전통의 맛을 국자에 담아 가슴에 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