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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Apr 27. 2024

값은 싸지만 맛은 비싼 해장국

상주 남천식당

남천식당은 상주 중앙시장 부근에 있다. 1936년 개업한 해장국 노포다. 3대째 대를 이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다. 새벽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다.


해장국 단일메뉴이며 잔 막걸리도 판매한다. 해장국 가격은 3,000원이고 곱빼기는 3,500원이다. 막걸리 잔술도 1,500원에 판매한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쌀, 배추, 고춧가루 등 식재료는 국내산을 사용한다.


식당 이름이 큼직하게 쓰인 간판 아래로 미닫이문이 반쯤 열려있다. 열린 출입문에는 상호와 빨간색으로 쓴 '해장국' 글씨가 눈에 쏙 들어온다.


열린 출입문으로 들어서며 내부를 얼핏 본다. 'ㄴ'자 형태의 식탁 앞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뒤쪽으론 주방이 보인다.


의자에 앉는다. 우측 식탁 끝 벽 위에 메뉴판이 보인다. 가격에 한번 놀라고, 창업 연도에 두 번, 국내산 식재료를 쓴다는 문구에 세 번 놀란다. 해장국과 막걸리 한잔을 주문 후 차분하게 식당을 살펴본다.


식탁 바로 앞에 꽃 그림이 그려진 큰 쟁반이 보인다. 일반 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담아내는 쟁반이다. 연탄화덕 위 양은 가마솥에 끓고 있는 해장국을 덮는 용도로 사용 중이다. 꽃 쟁반 뒤로 식수대와 밥통, 달걀판에 담긴 갈색 달걀도 눈에 띈다.


'ㄴ'자 식탁을 경계로 나눠진 주방은 작은 공간이지만 모녀분이 음식을 만들고, 차려 주고, 뒤처리하고 손님들 응대하기에 동선이 최적화 되어있다. 세월의 흐름이 만든 노포의 주방은 연탄화덕 위에 끓고 있는 해장국처럼 뜨뜻하고 푸근해 보인다.


따뜻한 시선의 여운은 꽃 쟁반이 열린 솥으로 향한다. 시래기의 푸른 기운이 도드라지는 솥에서는 하얀 열기가 솟아나고 있다. 3대째 대를 잇는 따님이 그릇에 밥과 날달걀을 넣고 국자로 갈색 국물의 해장국을 푸짐하게 담는다. 전통적인 토렴 방식은 아니지만 해장국을 끓일 때 쌀뜨물이 들어가고 몇 차례 국물을 퍼담으며 밥알에 적절한 온도를 맞춘다.


노란 달걀노른자를 얹은 해장국에 국그릇 가득 담은 탄산 적은 시큼한 막걸리 한 잔을 마신다. 해장국에 막걸리까지 더해지니 속과 시름이 두 배로 확 풀린다. 전날 술 마시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다.


해장국 3,000원, 막걸리 1,500원이다. 값은 싸지만, 서민의 속을 달래주는 비싼 청량제이다. 국물이 자작한 배추김치는 밑반찬이자 안주다. 단출하지만 왕후장상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값은 싸지만, 맛은 비싼 해장국  


남천식당은 새벽 5시부터 영업 시작이지만 새벽 2시부터 불이 켜진다. 재료 손질과 연탄 불로 오랫동안 해장국을 끓이기 때문이다.


해장국은 손질한 우거지를 푹 삶아서 물기를 쭉 뺀 후 썰어 낸다. 세월을 가늠케 하는 솥에, 집된장으로 무친 손질한 우거지를 넣고 쌀뜨물을 부어 은은한 연탄불로 밤새 푹 삶아 준다. 해장국엔 정성어린 손품과 시간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연탄 화덕에서 뭉근하게 끓여낸 해장국이 완성되면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난다. 불씨가 꺼지지 않은 연탄 화덕 위에 끓여진 해장국은 오랜 세월 동안 허기진 이들의 배를 채워준 온기가 담겨있다.


식탁엔 수저통과 고춧가루, 다진 양념, 간장, 후추, 다진 고추, 다시다 등 양념이 준비되어 있다. 수저통도 보인다. 기호에 맞게 추가하는 건 손님의 몫이다.


해장국은 갈색 그릇에 고슬고슬하게 지어낸 밥을 담고 된장과 우거지(때에 따라 근대나 열무 줄기를 넣기도 한다) 넣어 끓인 국물을 부은 후 날달걀을 얹는다. 노란 달걀노른자의 색감이 식감을 돋운다. 날달걀을 먹지 않으려면 주문할 때 빼달라고 미리 요청해야 한다.

국물을 맛본다. 구뜰하다. 시원함이 속을 달래주며 환하게 해준다. 날달걀을 풀어 섞는다. 국물은 조금 걸쭉해지지만, 노란색 영양을 고스란히 흡수한다.


숟가락 푹 담가 크게 떠 입에 넣는다. 밥과 채소 건더기가 입안 가득 찬다. 어금니로 꼭꼭 씹는다. 채소는 부드럽게 씹히며 된장의 깊은 맛을 뿜어내고 구수함을 코팅한 밥알은 은은한 단맛을 낸다. 값은 싸지만, 맛은 비싼 해장국이다.


식사 끝날 때쯤 보리차 한 사발을 내준다. 구수한 여운이 은은하게 이어진다.

 

노포의 해장국은 특별한 맛은 아니다. 소박하나 누추하지 않은 해장국이다. 천천히 달아올라 뭉근하게 해장국을 데워주는 연탄불 온기처럼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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