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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May 04. 2024

밀양에는 ‘단골집’이 있다?

밀양 단골집

단골집은 밀양아리랑시장 안에 있다. 1950년 이전부터 시어머니가 만들던 돼지국밥을 며느리가 물려받아 대를 잇고 있다. 7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밀양 사람들이 인정하는 돼지국밥 전문점이다.


메뉴는 기본인 돼지국밥과 살코기 국밥, 순대국밥, 섞어 국밥, 머리 국밥, 내장국밥이 있고, 양념장은 넣지 않고 양 조절도 가능한 어린이 국밥도 준비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국밥은 토렴식으로 밥을 말아준다. 주문할 때 요청하면 따로국밥으로도 제공한다. 고기 수육, 머리 수육, 맛보기 수육, 순대 등도 맛볼 수 있다. 매주 수요일은 영업하지 않는다.


2017년 밀양 여행할 때 찾았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장 안쪽으로 들어간다. 복잡한 먹거리 골목 한쪽 낡은 건물에 ‘단골집’ 간판이 보인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선다. 식당 내부는 작고 허름하다. 주인 할머님과 따님 부부로 보이시는 분들이 함께 계신다. 자리에 앉아 돼지국밥을 주문 후 식당을 살펴본다. 자리 앞으로 부추, 방앗잎, 삶아서 손질해둔 돼지고기, 후추, 청양고추, 새우젓, 마늘, 된장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벽에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 쓰인 작은 현판이 걸려 있고, 아래로 테이프로 붙인 종이에는 장사 하시며 쌓인 주인 할머님의 고생이 담긴 글들이 적혀 있다.


옆자리 아들과 아빠가 함께 돼지국밥을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이 내 자리에도 돼지국밥이 담긴 그릇과 밑반찬이 놓인다.


마늘, 청양고추, 양파, 알맞게 익은 새곰한 김치, 시큼한 깍두기, 된장 등 밑반찬과 국밥에 넣어 먹을 새우젓, 통에 담긴 다진 양념을 내준다. 알싸한 맛, 매운맛, 신맛, 구수한 맛, 짠맛, 감칠맛 등이 국밥의 깔끔한 맛에 변주를 준다


돼지국밥은 펄펄 끓는 뚝배기가 아니라 국밥 그릇에 넉넉하게 담겨 나온다. 국밥 그릇에 식혀둔 밥을 담고 오랜 시간 우린 진한 육수로 몇 차례 토렴한다. 주인할머니의 토렴하는 손길이 노련하다. 미리 삶아 손질해 둔 돼지 수육을 듬뿍 올리고 다진양념 한 숟갈과 생부추를 얹는다. 방앗잎은 요청해서 넣어 주었다.


돼지국밥을 지그시 바라본다. 짙은 갈색 국밥 그릇 안에 연한 황톳빛을 띠는 국물, 하얀 비계와 진갈색 살이 붙은 돼지 수육, 뽀얀 밥알, 싱그럽고 진한 녹색의 생부추와 방아잎이 제맛에 맞는 색감을 뽐내며 입맛을 돋게 한다.


양념장이 풀어지지 않게 조심히 한 숟가락 떠먹는다. 최적의 온도로 맞춰진 국물이 입술과 혀에 따뜻하게 전해진다. 소머리 고기와 사태, 뼈 등을 넣고 푹 곤 국물이 잡내 없이 깔끔하고 고소하다. 몇 숟가락 더 맛을 본다. 간이 어느 정도 맞춰져 있다. 젓가락으로 새우젓 세 마리를 집어넣고 다시 먹는다. 짠맛과 감칠맛이 국물의 풍미를 깊게 한다.


비계와 껍데기가 섞인 숭덩숭덩 썬 수육을 두 점 집어 먹는다. 국물이 밴 촉촉한 수육이 어금니에 쫀득하게 씹히며 구수함을 뿜어낸다.


젓가락을 뒤로 하고 숟가락을 집어 든 손이 향한 건 하얀 쌀밥이었다. 국물과 함께 푹 떠서 먹는다. 식은 밥에 오랜 시간 우려진 진하고 뜨거운 육수가 스며들어 쌀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다.


숟가락으로 생부추 밑에 있던 양념장을 풀고 국밥에 얹어진 건더기들을 뒤섞는다. 담백한 육수에 부추, 방아잎 등 향채와 매콤짭짤한 다진양념이 더해진다. 특히 방앗잎은 독특한 향과 쏘는 맛이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없애 깔끔한 국물 맛을 한층 돋워준다.


시장통 한구석 돼지국밥집, 옆자리에 초등학생 아들과 같이 온 3대째 단골이란 현지 분이 돼지국밥을 드신다. 허름한 곳이지만 식구와 함께 음식 맛과 더불어 추억을 쌓고 계신다.


전통시장의 구수한 인심, 진한 사투리, 독특한 향채, 양념, 돼지고기 수육, 맑고 깔끔한 육수가 있는 곳. 밀양분들이 사랑하는 돼지국밥집이다. 밀양에는 ‘단골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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