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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Sep 01. 2024

일해옥은 맛집일까?

군산 일해옥 콩나물국밥

군산 일해옥은 명산사거리에서 군산여고 방향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좌측에 있다. 군산 콩나물국밥 노포이다. 2024년 군산 대표 맛집 38곳에도 선정되었다.


생달걀을 넣어 토렴한 콩나물국밥(7천 원) 단일 메뉴이며 추가 공깃밥(1천 원)과 모주(1천 원)를 판매한다.


출입문과 식당 내부에 적힌 영업시간은 매일 05:00~14:00 시이다. 지도 앱은 영업 종료 시각이 15시이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명신사거리 정류장에 내려 일해옥으로 걸어간다. 펀의점을 끼고 골목으로 접어든다. 주변에 비슷한 상호의 콩나물 집 몇 곳과 해장국집들이 모여있다.


100여m 걷자 2층 건물 우측에 '일해옥' 상호와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로 '콩나물국밥'이라 쓰인 큰 글자가 눈에 먼저 띈다.


1층 출입문 앞으로 다가선다. 출입문 좌측 창문에 '콩나물국밥 전문점'이라 쓴 글자가 보인다. 출입문에는 상호와 영업시간이 쓰여 있고, 우측 벽에는 군산시에서 인증한 '군산 맛집 味' 엠블럼이 붙어있다. 맛의 기대치를 끌어 올리며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출입문을 들어서자 젊은 남자 종업원이 몇 명인지 물어본다. 한 명이라 말하고 비어있는 2인 입식 자리에 앉는다.


콩나물국밥을 주문한다. 오전 9시 5분이다. 주위를 살펴본다. 4인용과 2인용 입식 자리가 놓여있고 뒤쪽 방에는 좌식 자리도 보인다.


우측 옆자리에 어르신 한 분이 콩나물국밥을 맛깔나게 드시는 걸 흘깃거리다 주방을 본다. 남 사장님과 종업원 3명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다.


일어서서 열린 주방으로 향한다. 남 사장님께 허락을 맡고 토렴하는 모습을 찍는다. 홍고추가 널어져 있는 쟁반을 옆으로 옮긴다. 진갈색 국물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멸치 내음이 코를 파고든다.


남 사장님이 뚝배기에 밥과 삶아 식혀둔 콩나물, 생달걀을 담는다. 왼손으로 뚝배기를 잡고 오른손에 든 표주박으로 설설 끓는 국물을 담아 뚝배기에 붓고 비스듬히 기울여 국물을 따라낸다. 대여섯 번 반복한다. 하루에도 몇백 번 이상 하는 수고스러운 토렴질이다. 마지막으로 국물을 뚝배기에 붓고 김 가루와 썬 대파, 빨간 다진 양념을 얹는다.


묵묵히 반복되는 행위에 감사하며 자리로 돌아간다. 그 사이 남녀 젊은 종업원은 서빙 및 계산, 손님 응대를 한다. 입식 자리는 꽉 차고 방안 좌식 자리도 별로 남지 않았다.


들어온지 3분 정도 지나 주문한 콩나물국밥이 식탁에 놓인다. 은빛 네모진 쟁반에 토렴한 콩나물국밥을 담은 갈색 뚝배기와 밑반찬으로 물기 있는 깍두기와 고추지무침이 놓여 있다. 단출한 상차림이다.


토렴질을 떠올리며 뚝배기 속 콩나물국밥을 바라본다. 맑은 국물 위로 노란 대가리가 달린 콩나물, 하얗게 익은 달걀 흰자, 푸른 대파, 뽀얀 밥알 등이 색감을 뽐낸다. 검은 김 가루, 빨간 다진 양념과 생달걀의 노른자가 눈에 확 띈다.


노른자로 숟가락이 먼저 향한다. 국물 맛을 유지하기 위해 달걀흰자와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고 따로 얹어 국물을 끼얹는다. 탄력적인 달걀노른자는 취향에 따라 풀어 먹거나 반숙 형태로 먹는다. 뜨뜻한 국물이 여러 번 닿으며 노른자는 반숙이 되었다. 노른자를 풀지 않고 숟가락에 국물 조금과 얹어 먹는다. 입엔 고소함의 여운을 남기고, 귀엔 ‘호로록’ 어찌씨를 전달하며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간다.


건더기들을 밀어내고 시간과 정성으로 우려낸 국물을 한술 뜬다. 깔끔하며 구수하다. 멸치육수의 감칠맛이 입맛을 돋운다. 먹기 알맞은 온도의 국물을 몇 번 더 떠먹는다. 자극적이고 옅은 식품첨가물이 내는 맛과는 결이 다르다. 식재료들이 배어나고 스며든 깊고 은은한 맛으로 입안이 기껍다.


다진 양념은 섞지 않고 밥과 건더기를 크게 한술 떠먹는다. 따뜻함이 스며든 밥알은 흐물거리지도, 고슬고슬하지도 않다. ‘알맞다’란 꾸밈씨가 떠오르게 하는 식감과 온도다. 기분 좋은 비릿한 콩나물 내음을 풍기는 가느다란 콩나물은 어금니에 또렷하게 식감을 전하며 콩나물국밥의 주연임을 드러낸다. 사이사이 김 가루와 대파도 어금니에 존재를 알린다.


찬으로 나온 고추지무침과 깍두기도 곁들여 먹는다. 콩나물국밥의 순한 맛에 매운맛과 신맛, 단맛이 보태지며 입맛을 살려준다. 고추지무침에 아작 씹히는 설탕 맛은 거북스럽다.


다진양념을 풀고 깍두기 국물도 넣는다. 먹는이의 취향에 따른 선택의 맛이다. 국물색은 빨갛게 변했지만 매운맛과 신맛은 맑은 국물속에서 중화된다.


멸치, 다시마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콩나물과 생달걀등 최대한 절제한 식재료의 사용, 토렴등의 조리과정이 어우러진 맛은 속을 잔잔하게 풀어준다.


2024년 7월 작고한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는 “맛집은 객관적으로 '맛집'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 즉 잣대가 있음을 뜻한다. 맛집은 식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리고 나아가서는 조리 과정을 통하여 그 맛을 풍부하게 더한 음식을 내놓는 집을 뜻한다.”고 했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이 비워진다. 특유의 짙은 비릿함은 덜해지고 멸치와 콩나물의 기분 좋은 향과 맛이 은은하게  입안을 감친다. 일해옥은 맛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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