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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Nov 17. 2024

들밥처럼 먹고 가는 진짜배기 곰탕

의성 들밥집

들밥집은 의성 전통시장에 있는 한우소머리곰탕 노포다. 시어머니가 시동생 몸 보신용으로 개 반 마리 보신탕 해준 게 동네 분들 입소문 나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보신탕집을 운영해 오다가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며느님이 대를 이었다. 60살 넘으신 며느님이 대를 이은 지도 30여 년이 넘었다.


한우 소머리, 의성 마늘등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한다. 곰탕(10,000원), 특 곰탕(12,000원), 수육(20,000원, 30,000원)을 맛볼 수 있다. 포장 판매도 한다.


현 주인장인 며느님은 소머리 곰탕집으로 업종을 변경하였다. 음식 장사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시고 음식 솜씨도 좋다.


아들 둘인데 대를 이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전엔 보신탕도 곰탕처럼 하얀 국물도 파셨는데 지금도 연세 드신 현지 어르신들 일부는 곰탕을 보신탕으로 알고 드신다고 한다.


무쇠 가마솥에 통째 넣은 소머리 1마리 반, 사골, 잡뼈 등을 넣고 화력 좋은 불로 5시간 끓인다고 한다.


끓인 소머리에서 고기를 손질하고 뼈는 다시 하루 내내 푹 우려낸다. 특별한 비법 재료나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꼼수 없이 시간, 정성, 정직이 만들어내는 우직한 소머리곰탕이다.


소머리곰탕 보통을 주문한다. 구멍 뚫린 체망에 손질해둔 다양한 소머리고기를 담아 가마솥 육수에 담궜다 뺐다 몇 차례 한 후 뚝배기에 담는다. 전통 토렴은 아니지만 식은 고기를 따뜻하게 해준다. 국자로 뽀얀 육수를 퍼 뚝배기에 붓는다.


준비해 둔 뚝배기에 송송 썬 푸른 파를 얹어 내준다. 밥은 토렴하지 않고 따로 내준다. 된장, 다진 고추, 매운 청양고추와 맵지 않은 고추, 다진양념, 볶은 소금, 부추무침, 자작한 국물의 깍두기 등 밑반찬도 둥그런 양은 쟁반에 담아 함께 나온다.


뚝배기 속 반지르르하게 기름기가 도는 맑은 국물을 한술 떠먹는다. 삼삼하다. 몇 술 더 맛본다. 은은한 구수함이 깊다. 볶은 굵은소금을 넣고 잘 섞은 후 맛을 본다. 간도 맞춰지고 감칠맛과 고소한 풍미도 더해진다. 제대로 고운 맑은 곰탕이다.


반 정도 먹다가 부추무침, 다진 고추, 다진 양념도 넣어서 먹는다. 워낙 바탕이 되는 육수가 맑고 깊어 알싸한 맛, 매운맛 등이 자극적이지 않게 어우러진다. 국물 사이사이로 씹히는 쫀득쫀득, 보들보들, 졸깃하게 씹히는 다양한 식감의 소머리 부위도 먹는 즐거움에 한몫 거든다.


마지막으로 깍두기 국물을 넣고 밥을 만다. 깍두기 국물과 육수를 머금은 밥에 깍두기를 얹어 먹는다. 사각사각하게 씹히는 식감 뒤로 시큼함과 구수함이 뒤섞인다. 중심 잘 잡힌 깍두기 맛이 그만이다.


들일하다가 들에서 먹는 밥이 들밥이다. 일하다 먹는 새참이다. 시장에 온 현지 분들은 ‘들밥집’에 들러 새참처럼 소머리곰탕을 먹는다.


들밥집 곰탕은 기교가 섞인 식품첨가제의 옅은 맛이 아니다. 꾸밈없이 올곧게 시간과 정성을 담은 깊은 맛의 진짜배기 소머리곰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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