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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r 21. 2023

작은아이 학교상담을 마치고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지난 금요일 작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국제학교 학기 중간 방학 전에 의례적으로 하는 학부모 교사 상담이 있었다. 지금 아이를 맡고 있는 담임은 문학담당인데 책임감도 없고 너무 무성의한 상담태도라 가기 싫었다. 하지만 일 년에 몇 번 있지도 않은데 성과는 없더라도 얼굴만이라도 보고 성적표는 받아 와야지 싶어 가기로 결정했다. 


넓은 강당 같은 공간에 여러 개의 책상을 군데군데 두고 담당과목 교사들은 놓인 책상 아래 의자에 앉아 오는 학부모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아침 7시부터 시작인데 나는 오후 1시 마지막 타임 잡혔다.


채비를 마치고 학교 도착해서 담임이 앉아있는 모퉁이로 가서 아이 이름을 말하형식적인 몇 마디가 건네졌다. 그리약속이 있는지 15분 배정된 시간도 채우지 못했는데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그래, 어차피 기대도 안 한 상담이니 가라 가!' 속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겉으론 환하게 웃고 손짓하 "Bye" 했다.


그리고 지난번 성실히 상담을 해주신 영어선생님 자리로 가봤다. 그 자리엔 아이의 특활 과목인 <토론> 선생님이 계셨다. 사실 나는 잘 알아보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당신이 우리 아이 특활교사라며 먼저 인사를 오는 바람에 상담을 이어가게 되었다.


얼마 전 기차를 타고 <반둥>이라는 곳에 지역 곳곳에 있는 프랜차이즈 모든 학교에서 보내진 아이들이 모여 2박 3일 토론 캠프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학교에서 출전한 9명 중 고등학생 딱 한 명 외엔 발언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돌아왔다. 이유를 물으니 <레벨>이 수도권에서 온 아이들과 확연히 달랐다고 했고 자카르타에 있는 한 학교는 참가인원부터 우리 학교의 열 배가 넘었다고 했다.


<그런 수준차이가 어디서 나온 걸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과외 수업이다. 선생님이 전에 계셨던 상하이의 학구열도 엄청났는데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에도 학원이 넘쳐나고 아이들은 최소 주 5회 이상 학원을 다니며 학습에 미쳐있다고 했다. 외곽에 살아서 그런지 우리 아이는 자유로운 편이다. 사실 요즘은 너무 노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아카데믹한 학습에 가장 몰두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인도인데 내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동남아시아도 중국인들이 워낙 많이 살고 있다 보니 학구열이 엄청나다. 갖가지 경시대회도 많고 돈 많은 화교들과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선진국에 있는 명문대로 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과연 아이들은 행복할까? 명문대 보낸 부모는 행복할까? 아직 학교를 다니는 자녀 둘을 둔 엄마인 난 계속 헷갈린다. 그래도 어느 정도 학력이 있어야만 아이의 미래가 보장되는 게 아닌지. 그러려면 엄마의 조력이 많이 필요하고 반강제적인 압박이 없을 수 없다.


한국에서 아이들 영어를 가르칠 때 만난 엄마들이 떠오른다. 전교 1등 하는 아이의 엄마들은 한 문제라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시험 치러 가는 아이가 탄 승강기 문이 닫히기 1초 전까지 한 문제를 기억하게 해 주었고 아이가 한 문제라도 틀리고 오면 아이를 향해 가방을 던져버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한 엄마는 아이가 어떤 문제를 틀리고 오면 뺨을 때렸다고 무용담처럼 털어놓기도 했다. 기가 찼다.


사실 내 딸들은 저렇게 공포분위기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본인이 스스로 내키지 않으면 하려 하지 않는다. 이미 친구 같아져 버린 탓일까? 그렇다고 공포분위기를 만들어가며 아이를 몰아붙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온라인의 세계보다는 오프라인의 현실세계에서 영상보다는 책을 보며 생각하는 힘을 키워 가길 바라지만 쉽지가 않다.


이를 어떻게 이끌어 가는 게 최선인지 너무 헷갈린다. 이렇게 자율에만 맡기다 행여 아이의 필요한 시기에 준비해 놓아야만 하는 것들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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