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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19. 2022

진짜 폭우가 내게로 달려온다

큰 아이가 한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남편은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인도네시아 스마랑 이란 곳에서 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제 찌까랑 집엔 남은 계약일까진 작은 아이와 나 이렇게 둘 뿐이다. 코로나로 어디 갈 곳도 없어 단지 내에서 자전거 타고 산책도 하고 종종 배드민턴도 쳤다.


인도네시아는 국지성 호우가 내린다. 특히 우기에는 하루 한번 정도씩은 꼭 비가 오는데 새파란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온 마을을 삼킬 듯이 폭우가 쏟아졌다가 멎는다. 빨래를 밖에 널었을 땐 행여 비가 오지는 않는지 빗소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날도 작은 아이와 나는 단지를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하고 현관을 나섰다. 저녁 4시 30분쯤이면 산책하기 좋다. 어둡지도 않고 해는 내려가서 산책하기 딱 좋다. 밖에서 놀고 있던 고양이 밤톨이와 장난을 조금 친 후, 걷기 시작했다. 학교 얘기도 하고 저녁은 뭐 먹을까도 의논하면서.


반 바퀴 정도 걷고 다시 집 근처에서 반대쪽으로 돌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데 뒤에서 뭔가 엄청나게 큰 소리가 영화관의 스테레오 사운드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듯했다. 무슨 소리일까 궁금했지만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점점 소리가 커지고 점점 가까워졌다. 뭔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며 아이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의아해했다. 그냥 앞으로 가기가 좀 불안해서 잠시 멈춰 섰다.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그러고 한 5초 지났을까..  폭우다. 그냥 폭우가 내리는 게 아니라 폭우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이건 뭐지? 차라리 영화라면 믿기 쉬울 뻔했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은 맑고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는데 바로 20미터 앞에서 우리 쪽으로 엄청난 폭우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이게 정말 실화인가?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집으로 가려면 폭우 쪽으로 가야 했다. 반대쪽으로 도망 간들 폭우보다 빠를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나마 불이 아니라 다행히라 여겨야 할 마당이었다. 행여 숲이 우거진 산속에서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불을 만났더라면 정말 속수무책이었으리라.


아이와 나는 비를 피해야지 하는 마음보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자연의 장난에 잠시 얼어붙어 있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폭우 쪽으로 달려야 했다. 달리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결국 폭우를 만날 수밖에 없었고, 옷은 다 젖었다. 처음 보는 그 엄청난 자연의 현상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기한 자연현상이었다. 앞으로 내 눈앞에서 폭우가 달려오는 모습을 또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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