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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19. 2022

30대에 무릎 수술을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바로 생기는 바람에 내 생활이라곤 완전 없어진 듯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이 챙기랴, 회사 가랴, 집안일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다.


노는 걸(본인은 가족을 위해 운동을 하는 거라고 우긴다) 좋아하는 남편은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참가하느라 바쁘기 짝이 없다. 답답했다. 함께 있는데 왜 이리 더 외롭고 답답한지. 외롭지 않고 싶어서 결혼한 건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보내 주니까 가는 거고 모든 게 내가 만든 문제란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30대 초반 갑자기 원인 모를 무릎 통증이 시작되더니 급기야 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생겼다. 나란 사람은 죽을 만큼 아파야 병원을 가는 쪽 이어서 결국 걷지 못하게 되고 남편의 등에 업혀 병원을 가게 되었다.


무릎 연골 쪽에 물이 찼단다. 이게 그냥 물이 아니라서 연골을 손상시킨단다. 의사가 큰 주사기를 갖고 와서 물을 한가득 빼냈다. 주삿바늘을 무서워하는 편이지만 너무 아프니 바늘이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깁스를 해보고 또 물이 차면 수술을 해야 한단다.


일주일이 지나고 또 물이 찼다. 성격 급한 남편은 의사 선생님께 바로 수술 날짜 잡아 달란다. 시누이는 한의원도 가보고 좀 더 알아보는 게 낫지 않냐는데 남편은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고 진행했다. 평일이라 남편이 일하러 간 사이에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다. 무릎에 구멍을 네 개 내고 관절경을 통해서 하는 수술이라 그렇게 어려운 수술은 아니란다.


평생에 처음 해보는 수술이라 좀 무서웠다. 수술실에 같이 들어가는 보조의사(?) 쯤으로 보이는 분이 마음 편히 가지라고 옆에서 손을 잡아 주셨다. 그러고 잠시 후 밖에 남편이 왔다고 알려왔다.


상체는 수면 마취하고, 수술을 해야 하는 무릎이 있는 하체는 마취주사를 했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혹은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잠들었다. 잠시 후 눈이 스르르 떠졌다. 내 눈앞에는 필시 내 다리 같아 보이지 않는 마네킹 다리 두 개가 위로 쫙 뻗어져 있다. 내가 눈을 너무 빨리 떴나 보다.


"눈을 떴어요"라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서둘러 뭔가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나 보다.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다시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 같은 데서, TV 에서나 보던 호스 같은 게 내 콧구멍에 꽂혀있다. 의사가 오더니 무슨 중환자도 아니고 이걸 왜 꽂아 놨냐며 빼란다. 안정만 취하면 여기서 곧 나가도 된단다. 난 적어도 중환자는 아닌가 보다. 하하하


움직일 수가 없으니 화장실도 갈 수가 없다. 간호사가 소변줄을 꽂아 준단다. 처음 해보는 거라 신기(?)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내 친구가 병문안 왔다. 나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회사 다니는 애가 시간을 또 어떻게 빼서 온 건지.. 친구야 난 너 없으면 못 산다. 진짜.


입원실은 2인실을 썼는데 옆 침대를 쓰던 환자 가족이 젊은 사람이 무릎이 왜 아프냔다. 살도 찌지 않았고 무릎 쪽에 충격도 없었고.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그렇게 된 건지..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고 퇴원했다. 다시 출근했다. 2층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여간 번잡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오르는 건 괜찮은데 내려가는 건 힘들었다.


근처 한의원을 갔다. 천사 한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알고 보니 여고 선배였다. 치료도 치료지만 내 아프고 힘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분이 내 몸의 회복에 너무나 큰 역할을 해주셨다. 죽기 전 꼭 한 번은 뵙고 싶은데 연락처도 모른다. 다시 가 봤을 땐 공부를 더 하신다고 후배에게 한의원을 물려주고 떠난 후였다. 이렇게 그립고, 만나기 어려워질 줄 미리 알았더라면 그 후배란 사람에게라도 연락처를 물어볼걸.. 한번 만나자고 하셨을 때 애 키우느라 너무 정신없어 못 만난 게 한스럽다.


몸을 드러내는 수영복 차림으로 해야 하는 수영 따윈 내 일생에 없을 줄 알았는데, 내 무릎을 위해서 과감히 등록했고 연수반까지 마스터했다. 아파보니 근력을 위해 무슨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등산, 태권도 기회만 되면 부지런히 했다. 게으름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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