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ssy May 26. 2023

학원선생이 그런 일도 해야 하나요?

오지랖 금지

오래전 어학원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아토피 아이를 키우며 먹거리부터 샴푸, 로션 그 외 아이에게 닿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친환경으로 쓰고 예민하게 아이를 살펴다. 아토피에 좋다는 정보가 접수되면 하나 빠짐없이 아이에게 써보고 할 수 있는 거라면 거의 다 해봤다.


내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다 보니 주위에 있는 아이들의 피부 상태에도 당연히 눈길이 갔다.


학원의 위치가 학교 근처라 그런지 교사를 부모로 둔 학생들이 많았다. 어느 날 6학년 여자아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 입술은 누가 봐도 아토피로 인한 심한 건조증이었고 내 아이도 그래봤기에 수업 마치자마자 아이 어머니께 전화드렸다. 그  아이 어머니도 초등교사였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오늘 클로에(어학원은 아이들도 보통 영어이름을 쓴다) 수업 잘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아이 입술이 너무 말라 있었어요. 일어난 껍질이 거슬리는지 아이가 내내 손으로 떼내느라 집중도 잘 못하더라고요. 제가  ******를 써보니 입술 건조한 게 바로 낫던데 한번 써보시라고 전화드렸어요. 하얗게 껍질이 일어나는 아이 입술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요.. 꼭 한번 써보세요. 전 정말 큰 효과를 봤거든요."

바쁜 시간 짬 내서 전화한 건데 전혀 예상 못한 답변이 나를 아프게 때렸다.


"아.. 학원선생님은 그런 일도 해야 하나 보네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난 진심으로 아이 피부가 걱정돼서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상대방은 그냥 그것도 내 업무의 연장선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달리 대꾸할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한 나는 그냥 "네.."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놓인 전화기를 보며 잠시 망하니 앉아 있다가 다짐했다. 다음부터 그런 쓸데없는 오지랖은 부리지 않겠다고.

작가의 이전글 저 새는 왜 둥지를 저기다 틀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