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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28. 2023

엄마 닮은 분을 보고 인사했다.

만약 엄마가 안 계셨으면 난 울어버렸을지도..

아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오면 한 달 정도 머무는 동안 밀린 책도 읽어야 하고 엄마도 챙겨 드려야 하고 여기저기 못 가본 곳도 다녀야 하니 하루하루가 바쁘다.


한 시도 허투루 보내기 아워 비소식이 있음에도 작은 접이우산을 가방에 넣고 집 앞 공원산책을 나갔다. 친정엄마께 함께 천천히 걷지 않으시겠냐 여쭈었지만 귀찮아하셨고 작은아이도 몇 번 변덕을 부리다 가지 않겠다기에 결국 혼자 나가게 된 것이다.


홀로 걸으며 공원 호수에서 수영하고 있는 오리들과 대화도 나누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도 몇 번이나 오르내리며 낭만에 빠져있었다. 난 혼자 다니는 것도 신난다.


큰 공원을 한 바퀴쯤 돌 무렵 눈앞에 보이는 벤치에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다. 그분들 중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분들과 달리 홀로 앉아 계셨는데 그 모습이 낯익다.


엄마께서 교회 가실 때 입으신 윗옷과 바지, 가방 그리고 마스크까지 아주 흡사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막내딸이 혼자 산책 나간다니 멀리까진 못 나와도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까지만 나오셔서 벤치에 앉아 계신 거라 확신한 나는 장난기가 발동한다.


양손을 배꼽에 가지런히 모아 올리고 폴더 인사를 하며 친정엄마로 보이는 그분께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상하다.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셔야 되는데 그냥 멀뚱멀뚱 나를 보고만 계신다. 뭔가 잘 못된 게 분명하다. 마스크도 내리지 않으시고 그냥 그대로 앉아서 눈만 껌뻑거리시니 울 엄마가 아닌 게 확실했다.


이미 사고는 쳤고 일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로 때워야지 방법이 없다.

"죄송합니다. 저희 친정 엄만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그제야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은 유일한 부분인 두 눈에 살며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멋쩍어진 나는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고 행여 또 마주칠까 그 구역 제외한 공원나머지 부분만 걸었다.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엄마가 살아계시니 이렇게 웃으며 지나갔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만약 계시지 않으실 때 저렇게 착각할 정도로 닮은 분을 만났다면 그 자리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지 않았을까..


어느새 아이들은 자랐고 나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고 나의 엄마는 팔순의 할머니가 되셨다. 세월을 붙잡고 싶어 진다. 양쪽 무릎을 수술하시고 이제 회복은 되셨지만 기력이 많이 쇠약해지신 엄마 모습이 측은해진다. 우리는 또 곧 떠나야 하고 주변엔 아들들 뿐이다. 힘들게 자식들 키우고 이제 홀로 남아 노년을 보내시는 엄마가 너무 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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