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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20. 2022

내 소중한 30년 지기 친구

친구라는 단어에 아주 까다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편인 나는 정말 '친구'라 부를만한 이가 몇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내 친구라 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베풀기만 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대학 같은 과 친구였는데, 지금까지 30년 정도 변함없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어쩌다 저렇게 착한 친구가 내게로 왔는지 미안하고 감사하다.


욕심이 없는 아이, 끊임없이 베푸는 아이, 주변 사람 챙기기에 바쁜 아이..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약점은 있고, 험담 거리가 생기기 마련인데, 어찌 된 게 흠잡을 게 정말 눈곱만큼도 없다.


사실 그 친구 덕분에 대학 생활도 제법 알차게 보냈다. 영문과인 나는 취직을 위해 영어와 일반상식 공부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는 중이었는데, 친구가 방송통신대 다니는 맹인분들의 시험 안내 도우미를 한다고 나도 함께 하잔다. 지금 호주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우리 셋은 맹인 세 분의 기말고사 문제 읽고 답 마킹하는 걸 돕고 식사도 함께 했다. 딱 한 번 음식의 이름과 위치를 알려주자 그분들은 마치 앞이 보이는 듯 식사를 하셨다. 신기했다. 역시 한쪽 감각을 잃어버리면 다른 쪽 감각이 아주 발달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갓 대학을 졸업할 무렵,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 친구를 꼭 닮은 남자다. 그 당시 아직 20대의 나이에 남자는 고아원에 방문하다 불쌍한 아이들을 두 명이나 입양해서 자기 자식으로 올렸다. 물론 결혼 전이다. 내 친구는 그 남자를 너무 좋아하는 듯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우자를 고를 때 고려 대상인 재력 따위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좀 불안했다. 너무 힘든 삶으로 발을 디딜까 봐..


하지만 그 남자는 본인이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 줄 능력이 없다며 비혼 주의란다.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찌 생각하면 봉사활동의 가치를 최상위로 두는 커플의 삶도 아름다울 수 있겠지만 현실은 고난의 연속이리라..


그렇게 친구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남편에게 역시나 최선을 다한다. 남편이 어쩌다 잘 못해서 업무상 문제에 휘말렸는지 일 년을 넘게 소송에 허덕게 되었다. 나는 좀 화가 났다. 저렇게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비싼 변호사 수임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다니 세상이 정말 공평하기나 한 건가 싶었다.


친구는 30년째 회사 다니면서 소송에 휘말린 남편을 위해 팔방으로 뛰어다녔으며 시골지점으로 쫓겨가듯 내려간 남편의 끼니를 챙기다 보니 식당을 차려도 손색없을 만큼 못 담그는 김치 종류가 없을 정도다. 친구지만 정말 존경스럽다. 나라면 어쨌든 이런 문제를 일으킨 남편이 원망스럽고 내 삶이 피폐해진 것에 한 숨을 쉬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렇게 비싼 인생수업 끝에 해결되었고, 이제는 보험 아줌마에게 사기당한 친정엄마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또다시 변호사와 만나는 중이다. 어떤 마인드를 가졌길래 저게 가능한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친구의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고 멋있다. 저러다 정말 변호사 시험이라도 보는 건 아닌지..


너는 정말 지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보물이다,

친구야, 존경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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