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에 빠졌다
그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힘에 압도되었다
난 책을 좋아하지만 그동안 뭘 읽어온 건지 <한강>이라는 작가를 맨부커상으로 알려진 <채식주의자>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첫 책이 너무 좋으면 작가를 한없이 파고드는 편인데 <채식주의자>는 내게 너무 난해하고 충격 그 자체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고 처음이자 마지막 <한강> 책으로 남겨둔 채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과거 역사 뒤엎어버리기 활동들에 답답함을 넘어 토할 것 같은 거북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졌다.
다시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샘솟는 기분이었고 하루 한 방울씩 겨우 모은 정화수로 샤워받는 느낌이었다.
바로 지금이 <한강>을 파해쳐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해외 살면서 구하기 힘든 그녀의 책들은 뒤로하고 (E-book으로도 구할 수가 없었다) 모든 과거의 영상들과 책소개 영상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또 보며 한강을 다시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강>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그녀가 얼마나 대단함을 넘어 위대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모든 영혼을 갉아먹어가며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혼을 달래려는 듯 글을 써 내려갔다.
그녀는 내가 마음속 깊이 가져온 희생자들에 대한 큰 부채의식을 책을 통해 고스란히 토해냈고 그 억울한 혼들에게 그녀의 가녀린 몸을 모두 내어주기라도 한 듯 그들의 응어리진 가슴속 이야기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표현하고 있었다.
그녀가 글을 써 내려가며 느낀 아픔이 내 가슴 깊숙이 새겨졌고 그동안의 내 무지가 참 죄송스럽기 짝이 없었다.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왜 그녀가 이런 글을 썼는지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까.. 나의 <글>에 대한 통찰력이 그동안 얼마나 얕았는지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을 정도면 분명 무언가가 있었을 게 확실한데도 난 표면만 보고 역함을 느꼈었다.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건 단순 채식주의자의 기이한 삶이 아니라 채식을 하려 했던 그 깊은 내면엔 인간의 몸에서 비롯되는 폭력성과 그 잔인함에 진절머리가 났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인간이길 거부하고 자연에 귀속되고자 하는 그녀의 염원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책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그녀에게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난 오늘도 한강에 빠져 허우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