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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29. 2022

해맞이 하느라 기다려주는 달

새벽 해가 서서히 솟아오른다. 달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결국 둘은 서로 조우한다. 새벽 다섯 시 조금 넘은 시각이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빛을 발하는 태양과 그 곁에서 태양빛으로 인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달이 한 곳에서 만나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달은 지구 따라다니는 유일한 위성이니 지구에서 사람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 우연히 선상을 같이 해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기 드문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에서 정신없이 지낼 때는 짬을 낼 시간이 없어 내가 숨은 쉬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지만 여기 인도네시아에 와서 수입이 생기는 일은 접고 가정주부의 삶에 충실하다 보니 생각도 많이 하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올릴 시간도 있고 운동도 꾸준히 한다. 남편의 해외업무 강도는 훨씬 강해졌는지 모르겠다.


물론 가정주부의 삶이라고 그렇게 꼭 여유가 넘치지는 않는다. 집안일은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회수분처럼 계속 일거리가 솟아 나온다. 그래도 가정주부와 일을 병행하면서 살 때와는 많이 다르다.


시댁과도 먼 거리에 있다 보니 며느리로서 의무감도 희석되는 면도 있다. 해외 사는 며느리들의 제일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오늘도 아이 도시락을 준비하기 전에 혼자 동네 한 바퀴 걸으면서 달도 보고, 별도 보고, 해도 보면서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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