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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19. 2022

집 발코니 에어컨 실외기에서 새 알이 떨어져 깨졌다

메추리 알을 먹는 나 깨진 새 알에 가슴 아프다

아침에 눈을 뜨고 환기를 시키려고 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 봤더니 에어컨 실외기 아래로 새 알이 하나 떨어져 깨져있다.


 마치 메추리알처럼 보이는 알이 하나 떨어져 알 속의 노른자와 흰자 부위가 모두 단단한 알의 껍질 밖으로 터져 나와 쏟아져 있고 개미들은 또 열심히 그것들을 뱃속에 담아 옮기기 바쁘다.


얼마 전 새벽 걷기에서 새 집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그 속의 아기 새가 튕겨 나와 버둥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 터라 가슴이 아팠다. 어미 새는 떨어지는 자기 알을 보았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거의 매일 닭의 알을 내 손으로 직접 깨뜨려서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 팬 위에 올려 굽는다. 더러 메추리 알도 한꺼번에 삶아 껍질을 벗기고 장조림 재료로 사용한다. 그때는 그 많은 작은 알들이 불쌍하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미안하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는데 막상 부화도 못 해보고 어미의 부주의로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버린 새 알 하나가 이렇게도 측은하게 느껴지다니.


발코니에 서서 위로 자세히 들여다봐도 분명히 새 집은 없다. 어찌 된 걸까? 설마 어미 새가 알을 놓을 집도 짓지 않고 그냥 에어컨 실외기에 낳아 버린 걸까? 뭐가 그리 급했을까? 그게 안전 할리 없는 건 어미 새가 잘 알 텐데..


새 집은 마른 지푸라기를 층층이 쌓아서 도톰하고 견고하게 짓는다.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저번에 산책 중 떨어지는 새 집을 본 적 있는데  높은 나무에서 '쿵'소리 내며 떨어져도 상처 하나 없이 그대로 형태가 보존되어 있었다. 물론 그 견고한 새 집 속의 아기 새는 밖으로 튕겨져 나와 버둥거리고 있었지만.


또 그 깨진 알의 냄새를 맡고 개미떼는 몰려와 바쁘게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을 자기들 집으로 옮기려는 듯..


그러고 보면 모두 자신들의 종족을 번식 혹은 보존을 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서 갖은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곤충들까지도.


아침마다 치워야 했던 많은 새 똥을 보며 짜증도 많이 냈는데 깨져버린 하나의 알은 토요일 아침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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