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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Oct 04. 2022

엄마는 언제나 옳다

부드럽고 쌉싸래한 머위 잎이 먹고 싶었는데...

쌈을 좋아한다.

상추, 깻잎쌈은 물론이고 호박잎 찐 것부터 삶은 머위 잎까지..


한국에선 엄마가 막내딸 좋아하는 호박잎과 머위잎 껍질을 벗겨내고 그걸 또 각각 부드럽게 찌거나 삶아서 장과 함께 내주시곤 하셨다.


호박잎은 인도네시아에서 호박 가족인 박의 잎을 어렵게 구해서 쪄보니 굳이 힘들게 껍질을 까지 않아도 맛있어서 구해지면 그냥 그렇게 맛나게 먹었다. 구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더 맛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박잎을 껍질도 까지 않고 쪄서 먹어본 적 있었던 나는 머위잎도 생으로 먹는 것도 아닌데 굳이 힘들게 그것도 손가락에 한동안 지지도 않는 새까만 얼룩을 남기면서 까고 계신 엄마의 모습이 보기 싫어 슬쩍 말해보았다.


"엄마, 호박잎 내가 그냥 껍질도 안 까고 찜솥에 쪄서 먹어봤는데 까칠하지도 않고 맛있었어. 그냥 까지 말고 먹자.  머위잎은 못 구해서 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괜찮을 것 같아."

"안된다. 까야 먹지 안 까고 어떻게 먹냐?"

"손가락도 손톱도 너무 새까매지고 까는 것도 너무 힘들잖아요."

"아이고. 그 정도 힘도 안 들이고 먹을 수 있나?"


엄마의 고집은 웬만해선 꺾을 수 없다. 내가 도와 드리려 해도 다른 건 몰라도 손가락과 손톱에 물드는 건 못하게 하시니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딸은 답답할 뿐이었다.


지난주 우리 동네 한인 야채 방에 삶은 머위잎이 올라왔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바로 주문했고 오늘 드디어 받게 되었다. 기대를 한껏 하고 머위잎을 손바닥에 펴서 따뜻한 밥을 올려 달래장을 조금 넣고 잘 싸서 입에 한가득 넣었다.


씹어보니 너무 질. 기. 다. 껍질을 까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린잎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인도네시아산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해주신 보들보들한 그 맛이 아니다. 머위 줄기를 들깨 넣고 볶아주시면 그것도 별미였는데 이건 줄기도 너무 질기다. 엄마가 삶아 주신 머위 줄기는 굳이 나물을 하지 않아도 쌈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맛났는데 너무 다르다.


이 귀하고 아까운 삶은 머위잎과 줄기를 어쩌면 좋을까? 잘게 잘라서 나물을 만들어볼까?


엄마가 고집스럽게 혼자 쪼그리고 앉아서 새까매진 손가락으로 머위 줄기와 잎의 껍질을 까고 계실 때 속으로 '울 엄마는 다른 방식을 한번 시도도 해보시지 않고 저렇게 고집만 부리실까?'하고 불평했는데 내가 틀린 것 같다.


엄마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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