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다정함을 엿보기

˚₊ ˚ ‧₊ .:·˚₊ ˚ ‧₊ .:·˚₊ *˚ㅣ유체이탈

by 윤슬







뜻밖의 만남에 어안이 벙벙했다.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는 몸의 감각. 미라처럼 나의 몸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을까. 정말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까.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집 근처의 아주 익숙한 벤치에서. 이런 일 기이한 만남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사실 이런 만남을 늘 꿈꿔왔었는데. 동물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되거나, 영혼으로 둥둥 떠다니는 일을. 아니면 순간 이동을 하거나 하늘을 막 날거나,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일을. 그러면 정말 기쁘게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기분이 좋기만 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던 때에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답답해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는 중이라 머리가 돌아갈 겨를이 없었던 건 아닐까. 몸으로 돌아간다면 작은 몸에 심장이 터질듯 빠르게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내가 몸으로 돌아가서 전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선택을 할지. 그런 선택 이후에도 다시 영혼으로 돌아가게 될 수 있는지. 아니 미라와 같은 모습은 맞는지. 내가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는 알지 못하지만. 내 몸이 살아있는지 죽은 상태인 것인지만이라도 알아보고 싶었다. 여전히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을까.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내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것외엔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다는 점에서. 몸으로 돌아가고 말고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미라의 말처럼. 미라가 버거운 몸으로 기꺼이 뛰어 들어갔던 이유가 궁금하다. 그 선택으로 인해 마음이 더 나아지긴 했는지도. 묻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았는데. 지금 내 곁엔 야옹. 야옹. 소리를 내는 검은 고양이만 멤돌고 있다. 너는 언제 다시 나올 수 있니.




-어머. 이렇게 작은 고양이가 있어. 아깐 누워있더니. 잠깐 잤던거야 고양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고양이, 강아지 할 것 없이 동물들을 싫어했다. 무서워한 것인지 싫어한 것인지 정확히 어떤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동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기억한다. 나는 동물원에 가봤던 기억도 없으니까. 그런 사람이 저리 다정한 말투로 고양이를 살피다니. 사실 저 다정한 말투가 가장 어색했다. 저런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나. 게다가 지금 저리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고양이를 쓰다듬다니. 고양이는 또 익숙한듯 그 손에 부비대고 있었다. 심지어 고양이를 살포시 손으로 들더니 품에 안고 집으로 데려갔다. 의아한 것 투성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갔다. 나갈 때부터 고양이를 데려오기위해 잠시 외출할 계획이었는지 잠그지 않은 채로 살포시 닫아놓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현관 신발장 옆에는 방금 뜯어 정리한 듯 택배 상자와 고양이를 위한 용품들이 놓여져 있었다. 고양이를 위해 용품을 준비하고 데려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을 봤어도 그게 정말 사실인건지 쉽게 믿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익숙하게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으로 봐서는 몇 번은 인사를 나눠왔던 과정이 예측되는데. 인사를 나누고서 집에와서 고민하고 잘 사용하지도 못하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고양이 용품들을 검색해 택배를 시키는. 그런 일을 엄마가 직접 했다는 게.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진다.




지난 삶의 터전을 떠나기로 한 뒤. 고향, 혹은 본가. 라고 할 수 있는 이 도시에 오는 경우의 대부분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내려왔다. 그래서 집은, 가족은 그저 스치듯 지나갈 뿐이었다. 지루하고 지겨운 가족을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지루할 뿐만 아니라. 잘못 부딪히면 스파크가 튀는 사이라는 걸 알아서 마주치는 일 자체를 피하려고 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 그 말들에서 느껴지는 기대의 무게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나를 탓하는 말을 참으려고 하는 그들의 인내까지. 전부 다 싫었다. 그래서 나는 만남 자체를 최대한 피해왔다. 그 말은 만남을 피해온 시간동안 엄마의 서사도 전부 건너 뛰었다는 말이다. 나는 지난 몇년간의 세월을 뛰어넘어 바로 지금. 이 장면으로 왔다. 감정적인 공감. 그 비슷한 것을 해본적.도 해야한다는 생각조차도 없던 딱딱한 엄마가. 돈과 시간과 마음을 써야할 것이 분명한 새로운 책임을 스스로 떠안기로 한 장면으로.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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