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너무 오래 방치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독한 두통, 불면, 무기력.
마음이 아파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몸도 조용히,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잠들기 힘들고,
아무것도 못 한 채
누워만 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두통은 일상이었고,
하루는 늘 몽롱했다.
최근,
아주 우연한 계기로 혈압을 재게 됐다.
별일 없겠지 싶었는데,
수축기 170, 이완기 120.
안정됐을 때도 150/110.
이게 뭐지?
작년 건강검진에선
아무 말 없었는데?
감기약도 잘 안 먹는 나.
너무 아파 병원에 가도
5일 치 약을 받아오면
2일 정도 먹다가 마는 정도.
그런 내가
이제는 매일 약을 챙겨야 한단다.
고혈압약은 그렇게,
하루도 빠지면 안 되는 약이더라.
의사는 말했다.
"아직 젊으시니까
식단조절 잘하시면 금방 괜찮아져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식단조절이라니... 좌절ㅠ
약을 먹은 지 이틀째지만,
새벽에 깼을 땐 여전히 머리가 아팠고
아침엔 두통에 눈을 떴다.
시작부터 불쾌한 하루...
약을 먹는데도 머리가 아픈 건 왜 때문이지?
혈압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이 서로를 자극하는 건지.
마음만 고장 난 줄 알았는데
몸도 같이 고장 나 있었다.
내가 나를 너무 방치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너무 늦지 않았기를.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하루하루 회복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소바로그
soft & bounce
부드럽게 튀는 감정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