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맞고, 민망도 맞고, 결국 맛은 맞고
오잉?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퇴근하려고 건물을 나서니
비가 옆으로 내린다.
우산을 썼는데 왜 옷은 젖는 걸까.
약간 짜증도 났지만,
지금 내가 하는 건 퇴근!
그것도 금요일 퇴근!
“오야르~ 덩실덩실.”
오늘 저녁엔 뭘 먹지?
지난 주말 트트에서 샀던
비빔면 한 박스와 미니돈가스.
그건 환상의 궁합이지♡
저녁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어느새 집 지하주차장에 도착.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흥얼거리며,
승천한 광대와 비 맞은 초췌한 얼굴로
지하주차장을 벗어나려는데,
지상 계단 입구에
앞서가던 남성분이 우산을 쓰고 서 있다.
???
설마… 나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주차장 입구에서
아파트 현관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서
“이 정도 비쯤이야” 하고
차에 우산을 두고 왔는데,
저분이 나를 씌워주려는 건가?
별 생각을 3초쯤 하다가,
계단 입구 앞에 도착했을 때,
그분이 말을 건다.
“이쪽으로 가시죠?”
!!!
“아… 차에 우산 있는데, 가까워서요!”
당황해서 후다닥 도망치듯
비를 맞고 입구까지 뛰어갔다.
“뭐였지…?”
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같은 라인이었다.
결국 같은 엘리베이터.
그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
어색하다,
매우 어색하다.
왜 원치 않는 친절을 보인 건 저분인데,
민망함은 나의 몫이 되는 걸까.
말없이 몇 층 올라가는 그 짧은 순간,
괜히 내가 방어적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같이 우산 썼으면 됐던 거 아닌가?
오늘의 민망함은
내가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양손으로 비벼야 하는 중대한 사명이 있었기에,
그 생각은 잠시 뒤로 미룬다.
에프에 미니돈가스를 넣고,
비빔면을 비비며 생각했다.
오예~ 완벽한 저녁이야.
소바
soft & bounce
부드럽게 튀는 감정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