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점심은 밤보다 길다.
나는 음식을 좋아한다.
맛있게 먹고 싶고,
맛있는 걸 먹고 싶다.
그래서
지금처럼 대충 한 끼를 때우는 내가,
솔직히 싫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싫다.
혼자가 된 이후로
구내식당 메뉴를 살피지 않았다.
처음엔 아예 점심을 먹지 않았다.
혼자 밥 먹는 게,
부끄러웠고
무척 눈치가 보였다.
내가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보이는 게 싫었다.
“다이어트 중이에요.”
변명처럼 말했지만
그 말이 오래가긴 어렵다.
내 몸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쪘다고 보는 게 맞겠다.
점심을 거른 후폭풍은
항상 밤에 찾아온다.
밤은 길다.
아침, 점심은 한 번뿐이지만
저녁은
저녁, 밤, 새벽으로 이어진다.
그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조금만 먹고 자도
언제든 깨서, 다시 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간편식을 찾게 됐다.
샌드위치, 김밥, 감동란, 빵.
자리에 앉아 조용히 먹기 좋고
눈치도 덜 보인다.
요즘 MZ들은
편의점 앞에서 도시락에 컵라면도 잘만 먹던데...
나도 나름 MZ인데.
왜 이렇게 서툴까, 나는.
나는 나대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왜 자꾸 작아질까.
오늘도 점심시간엔
조금 더 작아진다.
#소바로그
soft & bounce
부드럽게 튀는 감정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