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四夷)
기분이 우울하고,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덕분에 무거워진 머리를 환기시키고자 직장동료와 회사 밖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온도는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우리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고 회사 이야기, 지인 이야기 등을 하며 깔깔거렸다. 직장동료는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말과 행동에는 조심성과 배려심이 묻어있는 친구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항상 즐겁다. 많이 말하게 되고, 많이 웃게 되며, 많이 즐거워진다.
생각해 보면 입사동기로 거의 십몇년을 같은 회사에서 마주하고 있지만 우리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과 온도가 존재한다. 서로 불편할 것 같은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며 적당한 사이를 두고 공유하고 공감하며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완벽한 간극
절대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거리다. 한 명이 물러나지도 다른 한 명이 다가오지도 않는 팽팽한 공간이 존재한다.
인간관계에서 이런 완벽한 간극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조금 친해졌다고 갑자기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한쪽의 호의를 당연시 받아들이는 경우 간극은 깨지기 마련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심과 호감이 딱 들어맞을 때 이 아름다운 균형은 유지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 이면에 깔려있어야 한다. 가깝다고 해서 고마움을 모르거나,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서로가 똑같이 노력을 해야 오래가는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회사 친구를 통해 다시 깨닫는다.
커피를 손에 들고 회사로 돌아오면서 내 우울하고 무거워진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굿 리스너인 회사 친구의 경청과 진심 어린 조언이 나를 다시 할기 차게 만든다.
고마워, 니 덕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