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호구 안 되는 법 좀 알려주라
나한테 한꺼번에 닥친 불행 중 하나는 살고 있는 집 계약 연장 일이었다.
부동산에서 갑자기 2달 며칠을 남겨두고 나가라는 통보를 해왔다.
한걸음에 부동산을 찾아가 상황을 물어보니 여차여차 설명을 해주며 나가야 된다고 했다.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최대한 사정을 하며 집주인분께 말씀 좀 잘 부탁드린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왔다.
그리고 혹시나 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안 나가도 된다는 글이 여럿 보였다. 나는 계약연장을 할 권리가 있다는 글을 확인하고, 구청에 전화를 해보니 시청으로 하란다. 시청에 전화하니 자기네는 모른단다.
답답하고 환장하겠네.
1시간째 통화 중인 국토부에 수화기를 붙들고 늘어져 겨우 알아낸 사실은 나는 현재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는 거였다. 조바심에 렌트홈(임대등록시스템)에 더블 확인을 해보니, 결과는 똑같았다.
헐, 날 호구로 봤구나.
법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날 보호해주고 있는데 무얼 믿고 나를 내보내려 했지?
심지어 나도 당당히 복비를 물고 이 부동산과 계약한 고객인데?
집주인 편만 들고 있네?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부동산은 "그렇다네요.?" 하며, 그럼 집주인 임대 시기가 만료되는 기간까지만 재계약을 하자고 한다.
(임대시기가 만료되면 집주인은 돈을 올려서 받을 수 있다.)
이봐요, 아저씨
전세계약은 기본 2년으로 알고 있어요. 집주인 돈 벌게 해 주려고 내가 왜 반쪽자리 계약을 해야 하나요?
가만히 있으니 사람을 아주 가마니로 보시네요.
날 두 번이나 가마니 호구로 만드시게요?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아셨나 봐.
는 맘속으로 생각하고, 남편과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
고민 중이다.
내일 전화해서 쏘아붙일 것인지 담백하게 사실만 전달하고 끊을 것인지.
사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살아온 40세 인생이었다.
둥글게 둥글게,
돈보다는 속 편한 걸 지향하며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되도록 싫은 소리 안 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잘못 살았나, 부자는 아니지만 베풀며 살고 싶었는데. 소리치고 정색하고 삿대질하며 살았으면 이런 취급 안 당했을까.
억울하고, 분하고, 속상해서 내일 전화해서 ㅈㄹ을 하며 따지고 싶지만 왠지 "네, 잘 부탁드립니다~" 하며 끊을 것 같다.
누가 나에게 호구 안 되는 법 좀 알려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