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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의 가치를 찾아서

by Hana

살맛과 일할맛.

처음엔 웃긴 말인 줄 알았다. 너무 생활적이고, 너무 밋밋해서.

그런데 그게 인생의 본질이라면?

폴앤마크의 ‘밸류카드’ 원데이 클래스는 그런 질문으로 시작됐다.

“당신은 언제 살맛이 나나요?”

“당신은 언제 일할 맛이 나나요?”

아주 사소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건 더 깊은 본질을 찌른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일할 것인가.

삶의 세 기둥을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살맛이 나는 순간을 떠올렸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나눠 먹을 때.

그 순간엔, 삶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 같았다.

일할맛은 조금 다르다. 인정과 보상, 누군가가 내 노력을 ‘봤다’고 말해줄 때.

이 두 감정 사이엔 내 진심이 있었다.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 아니라 분노라고 했다.

왜냐면, 분노는 여전히 애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언어’라는 개념이 나왔다.

함께 보내는 시간, 인정의 말, 스킨십, 봉사, 선물.

이 다섯 가지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유독 ‘말’과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인정받는 말은 사랑받는 기분을 주고,

기꺼이 하는 봉사는 ‘내가 널 위해 시간을 들였어’라는 무언의 표현이다.

사랑이든 일이든, 결국은 전달의 언어를 배우고 익혀야 했다.

배운 적 없는 언어는,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으니까.

함께한 사람들도 기억에 남는다.

폴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육계에 몸담고 있었다.

선생님의 선생님 같은 사람들.

특히 ‘스토리젠터’ 자영님.

그분이 “좋아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주인의식”에 대해 말할 때,

그 눈빛이 아직도 선하다.

언어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믿는 사람의 눈빛.

클래스의 하이라이트는

‘라이프 밸류 저니’ — 내 인생의 굴곡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펜을 들었지만,

생각보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은 뭉뚱그려져 있었다.

조승연 작가가 말했듯,

“스토리가 있는 해는 세세히 기억나고,

스토리가 없는 해는 그냥 지나간다.”

딱 그랬다.

하지만 희미한 기억들 속에서도

‘이때 나는 많이 힘들었구나’,

‘이때는 정말 살맛이 났었지’

하고 스스로를 인정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뇌는 감정을 주관한다. 인간은 원래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다.”

이 말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너무 감정적이야.

늘 그렇게 나를 탓했는데,

그게 인간의 본질이라면?

그때 깨달았다.

나의 경험과 감정이,

바로 나의 감정 내비게이션이라는 걸.

내 감정은 나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방향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기질이 60%라면 나머지 40%는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 40% 안에 내 선택이 있고,

그 선택의 합이 바로 나라는 인생의 이야기다.

이제 나는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아마 이 질문은

평생 곁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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