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태양을 가린 구름에 불안정한 마음의 태풍을 만들지 말라. 몸 안의 수분을 전부 머금는 구름은 지평선과 수평선에 내가 이상한 놈이라 유언비어를 퍼뜨리기에.
아무도 나에게 관심조차 없다. 어떤 위협, 헛소문, 허위 사실도 생성되지 않았다. 홀로 하루를 보내며 스스로 가다듬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외부의 흐름 따윈 나의 템포를 엇나가게 하는 악질이다.
하루의 공백을 허용치 않다 여기는 건
스스로의 믿음이 부족해서다.
밋밋하고 애매한 무언가에 참을 수 없는 건
여유를 잃은 성급한 화려함을 쫓아서다.
바람 부는 숲길 속 나무를 지나치는 민낯의 생명체가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고요히 멈추게 자연스러운 길 안내자를 따라 나를 이끌어간다.
알맹이가 없다 느끼는 건 무의미한 껍데기를 쫓으라는 노파가 내 손을 잡아 억지로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 화려함을 채움에 삶의 주인을 강제로 위임 당하는 일이 독재의 계엄과 다를 게 무엇이더냐. 알맹이 없는 공허한 어둠으로 스스로 무의 다이빙을 재촉한다.
차라리 백지로 되돌리는 게 낫다. 어둠의 커튼에 가려진다 한들 어떤 조그마한 빛 하나 소멸시킬 수 있겠는가.
더는 못 참는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를 이끌고 가는 손을 뿌리친다. 손이 2개인 건 한 손이 잘하면 다른 손이 질책하는 평행을 이루게 하려는 것.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떠한 선 하나 없는
무 중심의 방치
주체적 자발성이
알맹이를 만들어
껍데기가 채워지는데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노파가
껍데기를 들이받는다
제발, 우주로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