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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서 낯설음

대도심 속 여정길

by 삼삼

대도심으로 향하는 M자형 파란 버스가 정류장으로 다가온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지만 가끔은 천천히 창밖의 모습을 보게 한다. 거대한 회색 육면체들이 가득한 곳에 다양한 문제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에 거리를 둠으로 홀로 떠난 여정을 시작한다.

지상이 아니라면 지하로, 어느 목적지로 어둠의 백색 소음에 조그만 직사각형에서 재미를 찾아낸다. 백지에 빼곡한 활자들도 있겠지만 읽겠다면 그건 그 세계로 빠져들어 감이다.

대로의 차들, 빼곡한 건물들,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육면체들. 각자의 바쁨을 어필하면서 어느 순간, 고요한 적막이 제각기 다른 방향을 알려 준다.


매일 지평선 위로 올라온 빛을 바라보다 하늘 위로 웅장함을 펼치는 빛에 낯선 시간을 느낀다. 각도기가 수평에 맞춰져 빛의 각이 점점 줄어듬에 마음의 다급함 보다 눈앞에 금세 발견되는 어느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 재촉하지 않아도 어디론가 바로 한발짝 떼어 낼 수 있다고 오감으로 몸을 움직인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이야기 공간, 활기참에 허리를 곳곳이 세우고 고개도 덩달아 들 수 있는 곳, 홀로 활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숲. 매일 같은 곳을 돌아다닌다 여길지라도 어제와 오늘은 각기 다른 형태의 모습이다. 문제와 사투를 벌인 현장에 익숙하여 그냥, 여유로운 발걸음이 낯설 뿐이다.


마음이 급하다는 건 분주히 움직이는 생명체들에 동요 됨이 아니다. 일분 일초의 시간이 아쉽다며 어떻게든 내일이 오지 않음을 분침의 바늘을 놓아주고 싶지 않음이다.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일만 할 뿐이다. 고개만 돌리면 붙잡은 바늘이 어리석은 집착이라는 걸 여러 공간에서의 머뭄에서 깨닫게 된다.

매일 반복됨에 지루하고 단조로움이 있겠지만, 이미 익숙해짐에 새로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그냥 발걸음을 달리하면 되는 것을 맞춰진 메트로놈의 박자를 바꾸기 싫다고 떼쓴다. 대도심은 바쁨 속 고요함에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감을 보여준다.


익숙해서 매일 반복되는 빼곡한 콘크리트에 자세히 바라보면 적막함의 고요한 자신이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 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


대도심에서의 방황은 무한한 선택지에 하나의 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내적 혼란에서 비롯된 것. 홀로 돌아 다닐 때, 어딘가로 쉽게 다가감에서 자신 만의 점이 어느 순간 발현되어 나타나게 된다.


복잡하고 분주하지만

내면은 항상 단조로움에 익숙해 있다.

어디론가 새로움을 갈구해도 결국

익숙함으로 되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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