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고뇌
매일 주어진 백지
죽음과 탄생이 반복됨이다.
하루의 시간을 위한 고된 싸움이 이리저리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난다. 머릿속이 하얗게 물든다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음은 죽어버린 오감이다.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음
그날은 죽음의 무언이다. 말하지 않아도 한글자도 보이지 않는다 함에 분명 살아 숨 쉬었는데 어디서 하얀 그림자가 검은 그림자를 삼켜버린다. 쓰여졌다면 검은 그림자는 살았을텐데 하얀 것에 무방비해진다.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
동그란 체크 하나가 어디론가 사라져 분명 쓰여진 것이 있었는데 없었다고 재촉했다. 아스팔트 위 촘촘하게 늘어선 차들에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에 쫓기는 듯 동그라미 하나 잃어버렸다. 이미 지나간,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라도 남겼지 나는 아무런 흔적없이 빈칸 하나를 남겨버렸다.
글은 버려짐이다
매일 죽음으로 새롭게 써지는 것. 단 하루라도 오늘이 마지막. 내일은 새로움에 버려진 것은 새로움의 보조자이다. 하루가 살았다면 백지 공포증 탈출, 죽었다면 백지로 흔적 없는 것이다. 죽음과 삶의 무한 반복. 한페이지의 빼곡한 글자들이 삶을 연장시킨다.
하루를 남기기 위한 사투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며 하나의 긴 실을 발견함이다. 너무 늘어뜨리면 과다한 삶의 정량, 부족하다면 위태로운 분침 바늘의 다그침이다. 빗방울은 그저 지상으로 내려와 자신의 흔적을 남기다 햇빛에 몸을 숨긴다던데, 멍하니 피로 폭풍에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다면, 숨은 쉬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는 지저분한 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