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

내리막은 반환됨에 오르막이다

by 삼삼

여전히, 5km는 저 멀리 떠나간 길이다. 42.195는 멀리 있지 않았다. 일주일에 2번, 같은 장소, 같은 거리 달리기. 익숙한 듯 낯선 거리는 도저히 친해지기 어려웠다. 시작하자마자 신나게 내려가더니 되돌아 올 땐 고된 오르막으로 돌변한 차가움을 보여 준다. 함께 달리면 힘이 난다는 건 멈추지 않는 완주자에게만 주어진 혜택인가 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언덕을 타고 내 몸을 감싼다 했는데 알고 보니 묵직한 육신을 뒤에서 미는 것이었구나. 미끄럼에 아주 잠시 고통을 잊게 만들었어도 이내 거대한 암벽이 솟아 올랐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란 기대는 반복되는 고통에 묻힌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면 좋을 것이라 중도의 멈춤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한다. 어떤 사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발소리가 들리지 않아 작지만 몸의 중심을 흐트러지지 않는다. 무게가 지탱하지 못해 과부화가 빈번하여 처음엔 버틴다 해도 반환점을 지나면 급격히 한계를 느끼곤 한다.

버티지 못하는 건가, 버티지 않는 건가. 사람들을 보내고 내 뒤로 아무도 없는 순간까지 자발적으로 사들인 고난의 댓가가 치러지는 듯 하다.

앞서가는 주자가 이미 반환점을 돌 때 나만 아직 절반도 지나치지 못했는데, 어둑하면 홀로 된 듯 어디선가 북적이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밝으면 우뚝 솟은 건물들에 모든 소음을 삼켜버린다. 살은 그대로라 변하지 않는 것에 안도의 위안을 삼는다. 천의 물줄기만 달라질 뿐 사람과 사물은 변하지 않았다.

뱃살이 변하면 좋겠다는 건 달림의 사치를 맘껏 부리고 싶다는 시위다. 만지면 녹아내린다고 금세 차가운 이별을 금지 말라고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함이다.


언제쯤, 5km를 달려 나갈 수 있을까. 걸으면 안된다고 끝까지 뛰어야 한다는 말이 의도치 않은 폭력으로 변모했다. 시작에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걸 지금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 말이 절대적인 양 받아들여졌다. 곧이 곧대로, 이대로만 간다면, 난제의 연속인 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믿음이 지속되었다.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것. 그렇다 하기엔 끝까지 달리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함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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