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밖 러닝 코스

수원 빅버드 러닝 코스

by 삼삼

한 바퀴가 5km의 거대 원이라는데 손목의 워치는 1km도 못 미쳤다 한다. 오르막 없는 평지의 거대 원, 800m 남짓 1km의 다다름을 외면한다. 한두바퀴 거뜬함에 더 돌 수 있다는 허세는 바퀴수가 늘어 남에 점점 지쳐 간다.


천 따라 러닝하다 러닝 모임에서 다음 러닝은 월드컵경기장에서 한다고 했다. 오르막 내리막이 지속된 코스에서 완전 평지에 몇바퀴 반복하는 코스에서 러닝을 한다는 것. 힘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심적 부담이 줄어 들었다. 마음이 편안해야 러닝도 편안할 것이라는 거.

같은 코스 만 러닝하면 단조롭고 지루함에 러닝의 재미를 잃게 될 수도 있기에 모임장이 장소를 변경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을 알 수 없기에 그저 추측해 볼 뿐이다.


경기장 밖 탁 트인 풍경. 짙어지는 석양에 잔잔한 바람이 땀을 닦아낸다. 달빛이 고개를 들면 하나둘 무리 짓는 러너들. 건물의 불빛은 그들의 안전을 감시한다.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서로 뒤엉켜 부딪히는 위험을 사전에 막아선다.


한 바퀴, 깃털의 가벼움으로 몸의 무게는 잊혀진다. 그대로 앞만 보고 바닥의 푹신함을 믿는다. 두 바퀴, 바닥은 단단하지 않다. 경직된 몸이 풀린다. 바람은 몸을 밀어낸다. 세 바퀴, 잠기지 않아 나만의 리듬을 어떤 것도 방해 할 수 없다. 네 바퀴, 어딘가 잠기는 다리 바닥은 점점 단단해진다. 리듬이 깨지지 않는 무거운 족쇄가 채워졌다. 다섯 바퀴, 원의 절반이 한 바퀴라 착각한다. 반원의 크기가 점점 거대해진다. 여섯 바퀴, 거리를 착각하는 불빛 없는 어둠 속 아직 한 바퀴에 다다르지 않았다. 족쇄의 추가 얹혀 짐이다.


다 같이 같은 출발선에 위치했지만 점점 각자의 속도에 제각기 다른 위치에서 원을 그려냈다. 누군가는 벌써 원을 완성하고 다른 누군가는 아직 절반도 못 그린 원에 속도를 잃어버린다. 함께 맞추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바짝 달아오른 열기가 이미 식어서 한 바퀴 더, 이미 이 열기를 끝내고 싶어 한 바퀴 포기하는 거대한 원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남달리 빠르다 함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도는 반복에서 나온 무의식이다. 어느 누구의 속도도 특별하지 않게 공평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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