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트랙에서 뛰기 시작하다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함, 대로의 분주함은 타원의 트랙이 삼켜버린다. 길쭉한 건물 하나, 산만한 것들을 감시하는 소리 없는 사루안의 눈. 가까운 듯 먼 듯한 선로는 전기를 머금는 지하철을 역으로 안내한다. 태양은 하늘의 푸르름을 덧칠하고 달은 보이지 않는 별들을 찾아낸다.
홀로 트랙에 서 있는다. 주변의 탁 트임은 가벼운 뜀걸음조차 거대한 울림을 삼킨다. 그저 시원한 바람을 몰고 옴에 지치지 않는 달리기를 선물한다. 한 바퀴, 두 바퀴. 바퀴 수가 늘어남에 무거웠던 몸이 깃털의 가벼움으로 나아간다. 나만의 러닝에 집중하는 순간이다.
러닝에 익숙해지기 위해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트랙을 찾았다. 한여름의 날씨는 손수건으로 닦아 낼 뿐 그저 나의 달리기에 집중 할 뿐이다. 체지방이 줄어든 느낌은 없지만 그냥, 하루 목표치 거리를 뛴다. 1km씩 달성함에 숨은 점점 가파르고 더는 안될 것 같은 신호가 온몸 구석 적색경보를 울려댄다. 분명 가벼워진 듯함에 목표에 다다르고 있다 여기는데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몸이 제동을 건다. 더는 안된다고 나도 살아야 한다고 울상이다.
어떠한 장애물도 없었기에 나만의 오버페이스로 고라니의 질주로 나아감에 멈춰야 한다고 브레이크가 작동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머리는 마라토너라는 착각에서 육신은 현실로 되돌렸다. 아직이다. 하루 만에 러너가 될 수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나아가는 겸손함을 가지라 외쳤다.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몸의 어긋남에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탁트였기에 빨간 원이 더 길어 보인다. 그만큼 몸을 밀어내어 나만의 달리기가 부각되는 순간을 가지게 한다.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의 기억이 떠나지 않는다. 다시, 나만의 속도에 날개를 달게 하는 결심을 한다. 시간은 거들 뿐. 그냥,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으면 어디선가 또 바람이 몸을 밀어낼 것이다. 어떠한 잡생각도 허공으로 증발해버린다.
이제 막 시작했기에 속도에 익숙치 않았을 뿐이다. 마음의 욕심이 몸의 무게를 더했다. 어떤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존재했다며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 했다.
트랙에서의 속도를 잊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