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체공

동네 트랙에서 뛴다

by 삼삼

거대의 콘크리트가 둘러싼 붉은 트랙. 태양이 고개를 채 들기도 전에 적막의 고요함은 녹아내린다. 아침을 재촉하여 침대를 박차고 나오는 시간을 단축시킨다는데 마음은 풀코스다. 가까움의 반가움은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길쭉한 원이라는데 쳇바퀴의 족쇄가 두 발을 채운다.

홀로 나만의 속도를 느껴본다. 함께 함에서 벗어나 나의 속도에 집중해보는 것. 갑작스레 주어진 거대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수련이다. 아직 익숙치 않은 거리도 완주하지 못하는데 다 함께 수행할 미션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단기간의 벼락치기로 기적을 바라는 희망고문을 지금부터 심어두기라도 하는 의식인가.

이제 겨우 분침의 반바퀴를 버텨내는데 한바퀴, 그 이상도 버텨낼 수 있는가. 뛰는 하루로 시작함은 이내 카운트다운의 부담으로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다.


체지방은 언제 녹아내릴지 한발 한발 내딛는 속도가 빨라짐은 사치일 뿐. 한바퀴 두바퀴 무념무상의 흐름으로 길쭉한 원을 돈다 해도 어느 순간 몸은 한계의 신호를 마구 쏟아낸다. 조금이라도 가볍더라면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순간의 수치 집착은 섣부름의 껍데기에 불과함이라 이를 과감히 버려둔다.

다다를 수 없는 거리, 빨라지면 좋겠다고-러닝화에 부스터가 달리기라도 한다면-‘나는 러닝 고수다’라는 헛된 착각을 아주 잠깐이라도 느끼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함이다. 힘겨워도 그냥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는 만큼 중간에 멈추지만 않았으면 충분했다.


하늘의 푸른 덧칠은 깊이를 더해가며 아침의 열기는 점점 옅어진다. 건물들 사이로 부는 바람이 달리는 사람을 밀어낸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언제든 자신을 찾아옴에 인색함 없는 반가움을 가져다 주지만 그럴수록 예민하기에 조심해야 함이다. 수많은 시선이 빛에 반사되어 소리의 울림을 주시한다.

질서 있는 움직임은 무소식의 희소식 무질서함은 요란한 소음으로 제한을 건다.


혼자이기에 어떠한 소음 없는 그저 앞만 보고 가기에 축 늘어진 살만 지켜본다. 스스로 지켜보는 외부의 소음은 이미 차단되었다. 그냥, 달린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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