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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것을 놓치고서야 깨달은 것앞의 것을 놓치고서야 깨달은 것

by 삼삼

바로 눈앞에서 놓친 목표 지점. 처음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당혹스러우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마주했다. 해 뜨지 않은 어둑한 새벽의 시간은 인간이 느끼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감을 잊고 있었다.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같은 공간 다른 느낌으로 가까운 듯 멀어지는 특징을 닫힌 목표로 깨닫게 된다.

하루의 휴무일, 해뜬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잠과 새벽을 맞바꿨다. 전날 마트 일이 밤 10시에 끝나고 자정이 조금 넘긴 시간에 잠들어 약 4시간의 수면을 취한 상태였다. 더 잘 수 있었지만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아 새벽에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 대신,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는 결정을 내렸다. 새벽 4시 30분에는 어떤 대중교통도 운영되지 않았고, 교통비와 시간을 맞바꿔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할 일을 끝내고 곧바로 러닝 모임 장소로 이동할 지하철역이 바로 옆에 있는 것도 한 몫 했다. 문제는 가방 두 개를 메고 가는 거라 뛸 수 없었다. 집에서 약 5km 되는 거리라 천천히 뛰면 새벽 할 일 시간에 맞출 수 있지만 걸어서 가는 건 장담하기 힘들었다. 할 일 시작 시간에 맞춰지기 만을 기대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벽 길을 걷는 건 적막함의 어둠을 뚫고 가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길, 해뜬 시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만 주말의 새벽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나 홀로 걸으며 목적지까지 시간에 맞출 수 있는지 확신 반 불안함 반을 가졌다. 확신하다는 건 나의 걸음 속도를 믿는 것. 불안함은 제한 시간 안에 목적지 도착이 가능한지 여부다. 그냥, 나를 믿었다. 불신은 어둠 속에 내던졌다. 천 따라 걷는 길은 어떤 신호, 차도 없는 조용한 길이었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 몇몇만 보일 뿐 주변은 햇빛 없는 고요함을 유지했다.

시간을 확인하며 목적지에 거의 도착하는 듯 할 때 시간을 확인해봤다. 걸으면 불안함의 승리, 뛰면 확신의 승리라는 신호를 알렸다. 내적 갈등이 일어날 틈 없이 그대로 걷는다.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을 만큼 왔기에 일단 나를 믿었다. 급한 마음에 뛰어보기도 했지만 가방의 저항으로 빨라진 걸음에 제동을 걸었다.

마지막 일직선 길은 가까운 듯 멀어지는 목적지 건물에 빨라지는 심박이 시간의 동기화를 알렸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내적 외침을 듣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해가 점점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 조금만 더 가면 시간에 딱 맞출 듯한 희망 고문이 샘솟았다. 착각이었다. 빨라진 심박이 목적지 바로 앞에서 두 다리를 멈추게 했다. 바로 앞까지 왔지만 그곳의 시간은 이미 시작을 알렸기에 목적지 안으로 갈 수 없었다. 대안은 거리, 시간을 추가할 뿐이었다.

우선 순위를 바꿔 새벽에 하려고 했던 걸 러닝 모임이 끝난 후 진행했다. 상당히 졸린 상태였지만 가만히 할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잘 마쳤다.


과거의 기억만 믿고 자신의 에너지에 과대평가를 하는 건 눈앞에 있는 목표 지점을 스스로 걷어차게 된다. 무리한 움직임은 육체의 피로함, 흘러가는 시간을 앞지를 수 없다. 처음부터 무리함을 인정했다면 모를까 경험 부족에서 나온 값비싼 도전이었다.

목표 지점이 눈앞에 있을지라도 자신의 상태가 목표에 다다를 수 없어 지금껏 해온 것이 아까워 무리한 움직임에 다음을 준비하지 못함은 근시안적 어리석음이다. 아까움은 실패에 대한 경직으로 다음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길 두려워함이다. 집착은 넓은 시야를 급격히 좁힌다. 여유를 잊는다. 나 말고는 주변은 어둠이다.

세속적 사유로 존재적 주체성을 잊게 되는 지점. 되돌아감은 혼란을 잠재우는 현재의 집중이다. 과정 자체는 밑거름이다.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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