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 분리가 아닌 경계에 걸친 다름의 자유로운 유영
세상의 이분법으로 경계 없는 민낯에 극과 극을 오간다. 한쪽이 압도적이거나 소멸되는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집단에 자신의 안정, 평화를 얻었다 해도 경계를 잃어버렸기에 이상적 유토피아에 갇힌 우물이다. 우물 밖이 어둠이라 몰아세우는 선동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기준이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됨을 찾는 여정을 떠나는 근시안적 방황에서 벗어나 한발짝 물러서 경계의 지점을 찾는 일이 급선무이겠다.
경계는 중간이 아니다. 상하좌우를 자유로이 오가는 다리다. 다리가 존재하기에 관계가 형성되고 소통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리가 있기에 원활한 왕래가 가능한 것이다. 경계가 없다면 서로 단절되며 자신만의 세상을 견고히 하는 장벽을 형성하여 세상의 진실은 오로지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게 된다. 이는 곧 외부의 소음 차단과 동시에 다리의 건설을 거부하는 완강한 시위다.
글을 쓰며 나만의 글에 집중하지 못할 때,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나와 저자의 공간을 자유로이 왕래한다. 공간은 각자의 환경, 경험, 오감적 느낌, 관계 등의 요소를 가진다. 먼저 자신의 글로 자신의 공간을 공개한 그들은 백지에 자신의 언어를 가득 채우며 타인의 백지에 그만의 언어를 존재하게 만든다. 글을 보고 듣고 느끼며 머릿속의 것과 결합되어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글이 탄생한다. 누적을 지속시킨다면 하나의 작품으로 세상에 나올 수도 있다. 그 중심에는 경계라는 다리가 나와 저자의 왕래를 허용케 하는 것이다. 왕래가 가능하기에 추상적 기억이 선명한 언어로 백지에 한줄씩 채워 나감이다.
일하는 현장에서 사람과의 교류로 형성되는 관계에서도 경계의 다리는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 나와는 다른 생각, 행동, 말을 가지고 하나의 동일함에도 다양한 형태로 새롭고 신비로움을 더한다. 긍정의 에너지 부정의 에너지도 어느 한순간에서 샘솟는다. 자신의 일, 타인의 일, 어떤 상황, 문제 해결, 의문의 해소 등 서로 경계가 없다면 고립됨에 원활한 일 흐름이 형성되지 않는다. 각자도생으로 혼란만 표면 위에 존재할 뿐이지 중심을 잡아줄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내적 절대성에 외적 상대성이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더는 현실의 유연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쪽의 압도함이 다른 것들의 존재를 없애버리려 한다. 이에 경계의 다리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절대성을 외적인 어떤 것에서 균형을 맞추며 유연한 상황 흐름을 가지게 한다. 반복 속에서 어느 것이 자신의 독점을 확장시키지 않는다.
하루가 여러 시간으로 쪼개지듯 나와는 무관하지만 많은 일이 일어났다. 나의 범위를 벗어났기에 스스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에 걱정, 불안이 어디선가 자신들의 존재를 밝혀냈다. 형태가 없기에 어둠의 상상이 육체를 통제했다. 홀로 담아두었기에 기준을 나에게로 맞춘 이상적 고립에 갇혔다. 다른 것에서 고립의 무게를 덜어야 했다. 경계의 다리를 연결시켜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무관한 걱정, 불안에 다리를 놓았다. 무게 추를 내던지며 조금씩 균형을 맞춘 내적 원활함이 발생했다. 한쪽의 압도된 무게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육체는 경직되어 정신의 이상 세계에 갇힐 뻔 했다. 유연함이 없는 고정된 고상함으로 외부의 다양한 목소리, 행동에 안대와 귀마개를 착용했을 것이다. 무게는 불필요한 잡생각 찌꺼기로 없앨 수 없지만 줄일 수 있었기에 경계의 다리가 다른 곳으로 무게를 내던지게 할 수 있었다.
경계의 다리가 있기에 관계와 소통의 원활한 왕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