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의 내적 파동
변화는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바꾸기도 하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하루를 살며 사람과 사람을 만남에 있어 각기 다른 생각, 행동, 말을 접하며 내적인 것, 주변의 것에서 단조로운 반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똑같은 시간, 공간 속에 있다 하더라도 단 하루도 똑같은 데칼코마니는 없다. 있다고 하면 익숙함에서 오는 것이다. 생각에서 벗어나 물리적인 동일함이 사라지고 심적인 불안정함이 낯설고 생소함으로 중심을 잡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매일 바라봄에 서로의 대화는 단절되어 동문서답적 언어가 오간다. 각자 처한 상황이 어려우며 누군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난제를 품고 있어 가만히 있는 그대로 흐르게 놔둬야 함을 잊는다. 감정이 이성을 이기는 나날 속 백지의 빨간 하트가 여기저기 찢겨진 채 방치된다. 결핍에서 오는 강렬한 관심 욕구는 어떠한 아픔, 쓴맛, 고통의 빛을 모른채 한다. 360도 회전하는 동그란 동체는 45도도 못 미치는 각으로 자신의 강렬한 빨간 만을 찾는다. 서늘한 그늘의 정자에서 뜨거워진 하트를 식히지 않고 계속 광합성의 요구를 뿌리치지 않는다. 숨을 쉬는 틈 조차 허용치 않는 자신의 고집을 어떻게든 굽히지 않는다. 말과 말은 감정 대 감정으로 승자, 패자를 생산해낸다. 희노애락의 공장에서 상대의 언어가 침투되지 않게 강력한 감정의 무기, 방어구를 만든다. 한번 가동되면 멈출 줄 모른다.
몇일 전, 집안 경제의 어려움에 어머니께서 대뜸 돈을 달라는 듯한 말을 하셨다. 아무런 준비없이 밑도 끝도 없는 요구를 쌩떼 부리 듯 말씀하심이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싫었다. 한달의 기간에서 온 가족이 힘을 합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질 수 밖에 없는데 그날의 감정 따라 돈에 관한 스트레스를 푸는 게 너무 싫었다. 참는 다면 계속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것이 분명했다. 맞불로 나섰다.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사실 만 구체적으로 말했다. (라고 했지만 감정대로 말을 내뱉었다) 서로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마음을 긁는 말은 삼가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언행이 유연함을 무너뜨리고 나만의 고정된 사고를 소환시켰다. 얼마나 감정적인 공격을 했으면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과거를 소환시키며 자신의 기준으로 힘들었던 것을 하나의 패로 내던졌다. 서로 말하는 시점이 틀어져 버렸다. 같은 공간이지만 한쪽은 현재를, 다른 쪽은 과거를 논했다. 각자의 삶의 가치가 드러나며 정반대로 교집합 하나 없는 보이지 않는 틈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 개인의 어려움을 어느 누군가에서 해소하려는 듯 자신의 힘으로 주체적 삶을 살려 하지 않음이라 여겼다. 결론 없는 휴전 상태로 각자의 할 일로 돌아갔다. 소통은 없었고 불통만 가득했다.
외부의 예기치 않은 변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단 하루 만에 분위를 급변시킨 마음의 준비는 사치라 여기는 사루안의 눈이 있다.
현재 일하는 마트에서 갑작스런 인력 변화가 발생했다. 구성원 수가 줄어들지 않았는데 구성원을 바꾸는 결정이 난 것. 어렴풋이 귀동냥하여 나름 퍼즐을 맞췄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그저 들은 것으로만 생각해봤을 뿐. 나에게 직접 미치는 건 없다. 분위기의 급변이 주는 무게가 알게 모르게 나타날 것이 뻔했다. 결과에 따른 비싼 값을 치른다 해도 서로 변화를 맞이하는 시간을 일체 허용치 않음이 괜시리 심적 동요를 일으켰다. 공간은 변하지 않지만 정신에 쌓이는 무게 추는 심리적 시간에 무게를 더한다.
고정되지 않고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에 변화는 항상 유동적이다. 머릿속과 오감으로 경험하는 것들은 비동기적이다. 고정됨을 유지하거나 유동성을 따름에서 자신의 삶은 작지만 큰 파동으로 하루의 진동을 기하학적으로 퍼져 나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