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숫자의 한줄
시간의 권력에 굴복해 버린 하루에 내가 서 있지만 내가 아닌 조종자가 나를 대신한다. 매일 시간을 바라보며 회색빛 고층 콘크리트에 단조로운 기계식 반복을 향한다. 과거의 기억이다. 현재는 백지에 펜 하나를 들면서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며 나만의 문장을 생산한다.
시간과 육체의 맞바꿈. 신용을 거는 대가. 정신의 혼돈에 비하면 물리적 휴식의 자유를 쉽게 얻어 낸다. 좌우 수많은 거래를 위한 안내자가 되어 비어 있는 공간을 찾는 여정을 매일 반복한다. 채워지면 다시 비워지는 철기둥, 냉기. 매일 신호를 보낸다. 오감으로 알아차리는 두뇌의 일처리를 믿지 않는다. 두눈 만이 진실이다. 다양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는 진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거대한 공간은 냉혹한 숫자놀음에 움직이는 것들의 반항을 걷어 낸다.
절대적 힘을 발휘하며 단 하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신이라면 0과 1의 나열이겠다. 인간의 두뇌는 권력을 역행한 경험 속 긍정을 요구하겠지. 거래의 진실이 부정을 차단하는 이상한 오류 판단을 잡아낸다.
분침의 흐름에서 0,1의 나열로의 변화는 단순, 간결하게 쉬운 접근을 가져오지만 그 대가의 복잡성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몫이다. 예측 불가능한 것들을 대응하며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초조한 마음에 숫자의 신을 거역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움직이는 것에 무한한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추가시킨다. 보는 것만큼 안다는 건 거짓이다. 진실은 그저 화면 속 숫자일 뿐이다. 거짓은 과정이고 시행착오 속 목표 달성 만이 진실의 한줄로 일희일비하다. 기계의 주체가 바뀐 순간이다. 단조로운 반복을 재촉한다. 움직임 없는 답변에 감정을 지워 버린다. 맞는 듯 아닌 듯한 계산은 인간의 감정에서 나오는 허상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비워짐(0)에 채움(1)이 깜빡인다. 물리적 숫자가 만들어짐은 거래의 활성화에 다양한 제품들의 진열이다.
시간의 권력에서 벗어난 자유에서 거대한 공허함을 이기지 못해 나만의 숫자가 빨갛게 물들었다. 한발짝 물러나 숲속을 훑어보는 인간적 시선을 키우고 있었는데, 현실의 숫자 앞에 성장의 시선이 무력화 되었다. 백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옮기는 평온한 여유를 회색빛 콘크리트에서 소멸되어 버렸다. 나의 숫자가 지하 세계가 궁금하다며 여정을 떠난 것이 삶의 다급함으로 파란을 어서 데리고 와야 함을 인지한다. 숫자에서 자발적으로 멀어짐이 삶의 여유도 멀게 한, 인간이기에 시선의 고집을 전환시키지 못한 과오다.
흐르는 시간이 원망스러움은 순간의 아쉬움을 영원히 가두고 싶은 욕망이다. 1초는 과거이자 현재, 미래이기에 친해졌다 싶으면 이내 새롭게 인사해야 하는 반복이다. 다급히 쫓아가면 나도 모르게 눈앞의 절대자로 신이 나를 지배한다. 신은 보이지 않지만 숫자로 말한다. 그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껏 자신의 말을 숨기고 숨겼다가 인간이 허점을 보이는 순간 자신의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한 줄로만 0부터 9까지 알 수 없는 암호다.
삶의 모든 것이 채워지고(1) 비워지는(0) 반복이기에 이에 응답을 쉽게 가져오는 것이다. 디지털이라 명하지만 절대자는 단어를 모른다. 인간들이 숫자라 불리는 형태로 자신을 알릴 뿐이다. 인간은 숫자에 희노애락적 삶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멈추면 굴복당하고 움직이면 조금씩 자유의 해방을 얻으리라.
무한한 반복 속 잠재된 자유의 해방을 찾는 투쟁은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