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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리 Oct 17. 2021

중국은 아이돌을 왜 미워하는 거죠

일당체제 중국, 유일한 아이돌은 "나야 나"


 중드는 로맨스물이어도 스킨십이 박한 편입니다. 검열 때문이죠. 고장극에서는 주인공들이 그 흔한 뽀뽀 한 번 하려면 30~40화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물 중에는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달달한 스킨십이 무척 많이 나오는 드라마도 있는데요. 아이돌 연습생 류난난과 결벽증을 앓는 비주얼 아티스트 한처의 연애스토리 <난난,청다지교>입니다. 


 이 드라마의 첫 회에서 난난은 아이돌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승전에서 처참하게 떨어집니다. 3인조 걸그룹으로 나섰지만, 믿었던 동료 중에 이미 내정자가 있었던 거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난난이 아니라 그녀를 비춥니다. 어둠 속에서 난난은 쓸쓸하게 눈물을 삼키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춤을 춰요. 고향을 떠나 어린 나이부터 밤낮 없이 노력했지만, 결국 무대에 서는 건 한 명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은 쓰러지지 않죠. 난난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이 드라마에서 난난은 아이돌의 꿈을 접고 자신만의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합니다. 오디션에서 붙은 난난의 친구는 청순의 아이콘이 됩니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죠. 



난난청다지교의 두 주인공. 극중 난난으로 나온 대만 출신 배우 리카이신은 실제 가수로도 활동한다.(출처=텐센트홈페이지)

 실제 현실에서도 아이돌이 되려는 연습생은 차고 넘칩니다. 청춘유니 시리즈는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가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100명의 연습생을 뽑아 유명연예인이 코칭하고, 테스트를 거치게 한 후 마지막에 한 그룹으로 활동할 9명을 선발했습니다. 시즌 1부터 인기를 끌어 시즌 3까지 제작됐습니다. 하지만 시즌 3은 하이라이트인 결승전 생방송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우유 사건’이었습니다.


<청춘유니>에서 원하는 연습생에 투표를 하려면 우유 뚜껑에 붙은 코드가 필요했는데, 열정적인 팬들이 이 음료수를 사재기했습니다. 음료수를 잔뜩 사 두고 뜯은 후 병 안의 내용물은 마시지도 않고 버려버리는 장면이 포착됐고요. 가뜩이나 ‘음식쓰레기 만들지 말라’ ‘농경지를 확보하라’며 식량안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중국 공산당이 이를 준엄하게 꾸짖습니다. 연예인을 향한 팬덤이 도를 넘어섰으니,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프로그램은 당장 중단하라고요. 내 스타를 몇 달씩 응원하며 기다린 시청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지만, 사회주의 일당체제 국가인 중국에서는 왕왕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작사인 아이치이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 대중의 비난을 받아 이전만큼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은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팬덤이 강력하다는 이유로 공산당의 요주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진정령>의 주인공 샤오잔입니다. 샤오잔은 중국 매체가 뽑는 연예인 인기 순위에서 <진정령>방영 이후 한동안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경여년>과 <투라대륙>, <여생, 청다지교>를 연달아 찍으면서 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지나친 인기는 역시 독이었던 걸까요. 


 중국이 연예산업에도 규제 잣대를 들이대면서 샤오잔이 엉겁결에 공공의 적이 됩니다. 지난 4월 샤오잔이 낸 싱글앨범이 발매 3일 만에 5000만장 팔려나간 게 문제가 됐습니다. 중국 당국은 8월 말 지나친 팬덤을 경계하라며 연예인 인기순위 발표를 중단하라고 하고, 연예인 이름으로 모금하는 팬클럽을 해산하라고 강수를 둡니다. 이에 중국기업 텐센트가 소유한 QQ뮤직은 위챗 계정 하나당 앨범은 한 장 씩만 살 수 있다고 구매 수량을 제한해버리죠.  

 중국이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좇는 팬덤이 위험하다면서 든 예도 샤오잔이었습니다. 샤오잔 팬클럽이 쓰촨성에서 행사를 열었는데, 그때 팬클럽이 현수막을 내걸었거든요. 이름에 ‘전쟁’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샤오잔은 ‘사방에 포연이 피어나니 싸움을 위해 왔다’는 구호를 쓰는데, 트위터에서는 이들이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러 왔다며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가짜 뉴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산당에서는 팬덤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이를 제재하기 위해 예를 들었습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연예인에 예민하게 구는 걸까요. 


 첫째, 중국이 일당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이지만,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갖는 시진핑 국가 주석은 후계자도 경쟁자도 없는 강력한 1인 지도자입니다. 그는 세 번째 연임을 노립니다. 

 중국에서 가장 추앙받고 사랑받는 인물은 단 한 명이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관영 매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맨손으로 수백조원 가치의 알리바바를 일궈낸 창업신화 마윈은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 프랑스 올랑드 전 대통령과 만나는 국제적인 인물이었지만, 그 조차도 중국에 밉보인 뒤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죠. 텐센트의 마화텅,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모두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젊고 유망한 창업자들이지만, 당은 그들이 추앙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도 마찬가지죠. 중국은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생겨나는 것을 경계합니다. 대중의 지지와 사랑도 하나의 권력이기에, 일당 체제에서는 이를 편안히 두고 볼 수는 없는 겁니다.


 둘째, 연예인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이를 자랑하면, 가뜩이나 중국의 고민거리인 빈부격차에 악영향을 미칠 걸 우려합니다. 중국에서는 도시와 농촌 사이, 1선 도시라고 부르는 슈퍼 대도시와 중소 도시 사이 소득 격차가 큽니다. 얼마나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큰지 분배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중국의 지니(GINI)계수는 시진핑 집권 다음해인 2013년엔 0.473이었지만, 2017년엔 0.467까지 올랐습니다. 자본주의 대표 국가인 미국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지니계수가 더 높을 정도죠. 고속성장을 밀어붙이다보니, 빈부격차가 무척 벌어졌고 이제는 부자에 대한 시선이 ‘동경’에서 ‘원망’이 되는 시점이 된 겁니다. 물가가 오르고 집값이 크게 뛰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집니다. 이런 빈부격차가 지속되면 사람들이 권력을 비판하기 쉬워지죠. 공산당은 이 점을 우려합니다. 연예인이 탈세했다는 혐의를 씌워 수백 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것도 부자를 징계하고, 빈부격차를 줄인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입니다.


셋째, 중국의 연예인들은 강력한 팬덤을 내세워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위챗의 위챗페이 등 핸드폰을 이용한 간편결제시스템이 보편화됐고, SNS를 통해 공동구매를 하거나,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널리 퍼져있습니다. 팬클럽이 회원에게 모금해 광고를 하거나, 기부를 하는 경우도 많죠. 중국 정부가 보기엔 이것도 신경이 쓰이는 일입니다. 


 현재 중국 가정에서 경제적인 결정을 내리는 1990년대 이후, 1995년대 이후 출생자 지우링허우, 지우우허우는 말하자면 MZ세대인데요, 이들은 뭔가를 살 때 연예인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외국 자본이 들어와 투자를 하면서 경제를 키웠고, 지금은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소비를 활성화시켜 경제대국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소비’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이 소비의 주역이 MZ세대 90호우, 95호우들이고, 이 사람들의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연예인들이니, 연예인들을 규제당국이 두고 볼 수 없는 거지요. 규제 당국은 사상적으로도 공산당의 이념을 따르지 않는 연예인을 업계에서 퇴출하겠다면서 소위 “당의 말을 잘 듣는 연예인”만 활동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엄포만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황제의 딸’ 주인공인 자오웨이의 출연작들이 하루아침에 모든 OTT사이트와 인터넷 포털에서 사라지기도 했고, <산하령>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장저한이 일본 신사에 참배를 가서 찍은 인증샷 때문에 모든 광고와 방송에서 퇴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연예인 되기도 참, 쉽지 않네요.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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