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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리 Oct 17. 2021

봉황 너는 무엇이기에 자꾸 등장하느냐

중드 속 숨은 봉황 찾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천성장가(2018)>의 영어 제목은 The rise of the Phoenix입니다. 불사조의 탄생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영어의 피닉스는 다 타버린 잿더미서도 다시 부활한다는 불사의 새고, 중국에서는 봉황으로 부릅니다.  



 중국 제목은 천성왕조의 노래, 또는 천성왕조의 이야기라는 뜻인데, 갑자기 봉황이 튀어나오니 영문 제목이 좀 생뚱맞은 듯하지요. 드라마를 다 보고나면 이 영문명이 오히려 드라마의 제목을 단번에 압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드라마는 전반부에는 천성국의 6황자 초왕의 복수극을 다루고, 후반부에서 천성국 건립전 대성왕조의 마지막 공주인 봉지미의 각성을 이야기하거든요. 지략을 갖춘 초왕은 억울하게 죽은 형의 복수를 하고, 어머니를 중상 모략한 세도가를 없애버립니다. 그리고 10명이나 되는 아들들을 죄다 의심하며 죽음으로 몰아가는 고구마 황제에게서 결국 “황위를 이어라”는 유지를 듣고 천성국의 2대 황제가 됩니다. 두 주인공은 자신의 방식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가지요. 봉황은 실제 봉 씨 성을 가진 봉지미를 가리키기도 하고, 황위에 오른 초왕을 의미하는 중의적인 뜻으로 볼 수 있겠지요. 봉황은 새로운 황제를 의미하기도 하거든요.1)



 주인공이 봉황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또 있습니다. 두 주인공의 마음이 얼마나 절절하냐 따지자면 누구에게든 3위 안에는 꼽힐 것 같은, 등륜과 양쯔의 <향밀밀침신여상(2018)>입니다. 극중 천계 신선인 남자주인공은 이름이 봉황이고, 화계 신선인 여자주인공을 처음 만났을 때 타 버린 닭구이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사실은 불타오르는 모습을 한 신묘한 붉은 새 봉황이지요. 극중 천제의 아들이자 정식 후계자인 봉황은 불을 무기로 사용합니다. 

세 번의 생을 거듭해도 잊혀지지 않는 얼굴. 향밀밀침신여상에서 남자주인공은 '봉황'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천신으로 등장합니다. (출처=바이두 검색)

 봉황 모티브를 차용한 드라마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프로게이머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배니도세계지전>에서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꾸린 팀 이름이 바로 봉황입니다. “끝난 것 같아도 죽지 않고 다시 부활한다, 잿더미 속에서도 끝끝내 다시 일어난다” 이런 뜻을 담은 오뚝이 같은 팀명이죠. 그리고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 봉황 팀은 몇 번의 역경을 딛고 승리합니다.


 봉황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동물입니다. 우리나라의 해치, 중국의 기린, 유니콘 모두 현실세계에는 없지만 다양한 상징으로 쓰이는 신성한 동물들이에요.

 중국의 봉황은 조금 더 특별한데요. 봉황이라는 이름 안에 남성을 나타내는 봉, 여성을 나타내는 황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음양의 조화를 한 몸에 갖추고 있는 존재죠. 2200년 전 한나라 때는 하나는 수컷, 하나는 암컷으로 두 마리 새가 함께 그려졌는데, 16세기 원나라 이후부터는 한 마리로 그리고, 수컷을 상징하는 용과 짝을 이루는 것으로 언급됐습니다. 


 옛날 옛적 중국 상나라의 유물인 갑골비문에 봉황의 기록이 있다고 하네요. 기원전 27세기를 통치했던 상나라의 전설적인 황제가 죽기 전 봉황이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산해경>>이라는 책에서는 봉황을 몸의 각 부분이 도덕, 책임, 의식, 공감을 의미하는 동물로, 평화를 상징한다고 기록했지요. 


 서기 1~2세기에 펴낸 <<설문해자>>라는 책에서는 봉황이 거위의 가슴, 뱀의 목, 물고기의 꼬리, 사슴의 다리, 거북이의 등껍질과 제비 얼굴, 용의 표식을 갖췄다고 합니다. 몸의 길이는 2.7m에 달했고, 색은 신성함을 뜻하는 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정색이 섞여있었고요. 상상해보면 온갖 모습이 짬뽕된 이상한 외양이었을 것 같습니다. <<설문해자>>에서는 봉황을 여성으로 표시하고, 남성인 용과 짝으로 봅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박물관에는 연꽃을 본떠 만든 듯한 당나라 손거울이 있는데, 손거울 뒷면에 꽃과 봉황, 사자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조각했습니다. 날개와 세밀하게 한 올 한 올 조각한 깃털, 부리가 있는 머리를 보면 조류인데, 몸 길이만큼 길고 뚱뚱한 꼬리를 쳐들고 있는 모습은 용 같아 보이지요.2)

 봉황이 한 번 날갯짓을 하면 모든 새들이 침묵했다거나, 봉황이 중국의 다섯가지 음률을 노래하고, 봉황이 산다고 하는 오동나무 아래에서 음악가들이 연주하면, 봉황의 축복을 받았다는 전설 속의 이야기들이 전해옵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그려진 사신을 기억하실까요? 각각 동서남북을 지키는 네 신,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인데요. 이 중 남쪽을 지키는 신 주작이 봉황에 해당합니다. 이 사신은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유교문화권 유적지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야>의 주인공 녕결이 수도에 들어서는 순간, 성문 위에 조각됐던 주작(봉황)이 깨어납니다. 주작은 녕결이 자신의 힘을 채 깨닫기도 전에 그가 특별한 존재임을 인식한 거죠. 주작은 그냥 깨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화염을 내뿜는 붉은 새의 모습을 하면서 녕결을 뒤쫓기도 합니다. 


 <천성장가> 봉지미의 봉씨는 2006년 기준 중국에서 31번째로 흔한 성씨입니다. 중국에서 제일 많은 성씨는 2019년 기준 왕 씨와 이 씨입니다. 왕 서방 이 서방이 각각 1억 명씩 있고요, 장 씨, 류 씨, 천 씨, 양 씨, 황 씨, 조 씨, 우 씨, 조우 씨 순이라네요. 9세기 송나라 때 문학작품에 봉 씨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중국 산지성 장안시에서 시작된 성씨라네요.



1) 브리태니커, 중국 신화, 봉황 

https://www.britannica.com/topic/fenghuang

2) https://www.britannica.com/topic/fenghuang

,Photograph by Trish Mayo. Brooklyn Museum, New York, A. Augustus Healy Fund, 40.716Creative Commons Legal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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