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슬픔의 단가, 2장
아빠의 이름 옆에 ‘옛 고(故)’ 자가 붙어 있었다.
단 한 글자였는데, 그게 전부였다.
그 아래, 형과 내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마음 한쪽이 천천히 꺼져 내렸다.
형과 나는 안내판을 따라
302호 빈소로 향했다.
숙미 누나의 지인이라는 장례지도사분이
엄마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분은 정중했고, 말끝이 늘 낮았다.
“예를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짧은 말이, 오래 남았다.
우린 상복을 받았다.
천은 뻣뻣했고,
팔에 찬 완장은 낯설었다.
근조라 적힌 배지가
가슴 위에서 덜컹거렸다.
이 낯선 옷이,
며칠 동안 내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아빠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현서도
상복을 입고 있었다.
작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라도
아빠한테 인사라도 한 번 드릴 걸.’
생각에 코끝이 시렸다.
제주에서 출발하기 전,
나는 현서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
결혼도 안 한 사이니까,
굳이 이런 자리에 있을 필요 없다고.
하지만 현서는 고개를 저었다.
“오빠도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었잖아.
이번엔 내 차례야.”
그 말이,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잠시 낯설게 느껴졌다. 따뜻했다.
잠시 뒤,
빈소 안쪽 벽에 아빠의 영정이 걸렸다.
마지막 통화 속,
검게 그을린 얼굴은 없었다.
사진 속 아빠는
젊고 밝았다.
형이 고른 사진이었다.
면목동에서 살던 시절,
우리 가족이 어린이대공원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던 날 찍은 사진.
형은 그 사진을 늘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아빠의 웃음 속에 형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쉰넷의 아빠는
이제 서른아홉쯤의 모습으로,
서른의 내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그 사진 앞에서 멈춰 있었다.
‘형이랑 아빠, 정말 많이 닮았구나.’
그 생각을 하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아들, 너 아빠랑 똑같이 생겼다.”
형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게요. 비슷한 나이라 더 그런가 봐요.”
“맞아. 형은 아빠 닮았고
나는 엄마 닮았어.”
내가 실없는 농담을 던지자
형은 코웃음을 쳤다.
엄마는 턱을 들며 말했다.
“너도 닮았거든.”
그때 형수와 현서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작게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그 웃음이 조용히 번졌다가,
곧 사라졌다.
그 짧은 웃음이
이상하게 오래 맴돌았다.
빈소의 공기는 차가웠는데,
그 순간만큼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