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슬픔의 단가, 3장
“여기가 맞나?”
낯선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입구 쪽에 아빠의 작은누나, 작은 고모가 고모부와 함께 서 있었다.
그들은 신발을 벗을 새도 없이 급히 들어왔다.
작은 고모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음이 먼저 터졌다.
“……아이고, 막둥아… 이게 무슨 일이냐… 누나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말끝이 끊어질 때마다 공기가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대화와 숨소리만 있던 빈소는
고모의 울음으로 금이 갔다.
나는 그 울음소리가 처음에는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금세, 그 소리가
아빠가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더 명확하게
‘죽음’을 전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고모는 끝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이 너무 급해서,
오히려 장면이 느리게 보였다.
조금 진정된 고모는 형과 내 어깨를 번갈아 두드렸다.
“많이 힘들지…”
손끝이 떨렸다.
그리고 엄마를 꼭 안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아니에요, 형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엄마는 울지 않았다.
고모를 안은 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다.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때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들어왔다.
식사가 놓이고, 장례지도사분이 영좌 앞에 국화를 올렸다.
꽃잎 사이로 물이 흘렀고, 향이 피어올랐다.
향 냄새가 처음으로 빈소를 채웠다.
“마르지 않게 아침저녁으로 물만 주시고,”
장례지도사가 말을 이었다.
“향은 꺼지지 않게 계속 피워두세요.”
지도사분은 조용히 설명하며 절을 했다.
그가 문을 나설 때,
향이 타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엄마는 고모부와 고모를 먼저 식사로 이끌었다.
“아들, 딸들, 우리도 먹자.”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식탁엔 소고기뭇국이 놓였다.
다른 장례식에서 늘 나오던 육개장이 아니라,
맑고 단단한 맛이었다.
한 숟갈 뜨는 순간,
오래전 아빠가 끓여주던 국 맛이 스쳤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이었는지,
그제야 알았다.
밥을 거의 다 먹을 즈음,
가족 중 우리 사정을 오래 지켜봐 온 철용이 형과 숙미 누나가 들어왔다.
형과 나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빠의 영정 앞에 섰다.
“삼촌…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 거면
그동안 뭐 하러 그렇게 버티셨어요…”
철용이 형은 이를 악물었다.
눈이 벌게져 있었다.
숙미 누나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 순간, 우리 형이 울음을 삼키지 못했다.
숨을 막으며 울었고,
철용이 형과 눈이 마주쳤다.
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가 오갔다.
나는 울지 않았다.
눈앞의 슬픔보다
지켜야 할 사람이 먼저 떠올랐다.
‘벌써 울면 안 돼.’
아빠의 장례식은 이제 시작이었다.
내가 무너지면
엄마가 더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심호흡을 했다.
입안에 남은 국물의 온기를 삼키며
천천히 마음을 다잡았다.
철용이 형과 숙미 누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민이 형,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장례식장 복도를 걸으며
문득 떠올랐다.
할아버지 장례식 때,
아빠와 함께 흡연장에 서 있었던 기억.
그때 내 옆엔 아빠가 있었다.
지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