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

4부 : 울음의 질서, 2장

by 여우비

점심이 조금 지나자

장례지도사분이 조용히 들어왔다.

“13시에 고인의 입관식이 진행됩니다.

참석하실 분들은 12시 50분까지 1층으로 내려오세요.”


말씀은 차분했지만,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올 것이 왔다.


입관식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내 결정은

엄마만 알고 있었다.

어른들은 아직 몰랐다.

괜한 말이 오갈까 마음이 조였다.


“영민이, 영락이. 다들 내려가자.”

첫째 큰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더 미룰 수 없어 입을 열었다.

“큰아버지… 저는 여기 있을게요.”


그의 눈빛이 단번에 굳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아버지 입관식… 안 들어갈 거예요.”


어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모였다.


큰아버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네 아버지 입관식에 안 들어간다고?

부모 입관식을 안 가는 자식이 어디 있어!

말 같지 않은 소리 하고 있어!”


그때 엄마가 먼저 나섰다.


“시숙님, 영락이가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아요.

영민아빠 얼굴 보면 밤새 잠도 못 잘 거예요.

그냥 놔두세요. 부탁드릴게요.”


숙미 누나도 힘을 보탰다.

“맞아요, 큰삼촌. 요즘은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괜히 충격받으면 오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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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여우비입니다. 화창한 날씨에 가끔 내리는 찰나의 여우비는 밝게 지내다가도 순간적으로 우울함이 스쳐지나 가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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