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

4부 : 울음의 질서, 3장

by 여우비

나는 형수에게 형을 부탁하고 올려 보낸 뒤

현서와 아버님을 마중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오셨어요, 아버님. 안 오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아니다. 당연히 와야지.”


아버님은 상복 차림의 나와 현서를 천천히 바라보셨다.

“둘 다… 고생 많다.”

조용히 등을 한 번 두드려 주셨다.


“엄마, 아버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현서 아빠 되는 사람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영락이 엄마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처음 뵙게 되었네요.”

“괜찮습니다. 당연히 와야 할 곳에 왔을 뿐입니다.”


나는 형과 함께 아버지의 영정 옆에 섰고

아버님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우리 아버지께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형에게 인사를 건네셨다.


“안녕하세요. 현서 아버지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녕하십니까. 영락이 형, 한영민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엄마가 내어준 음식이 놓인 식탁에 조용히 앉았다.

아버님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시는 듯하다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락아, 네가 누굴 닮아 이렇게 잘생겼나 했는데…

아버님 보니까 알겠다.”


“감사합니다.”


아버님은 분위기를 풀어보듯 웃었지만

그 말은 마음 깊은 곳에 무겁게 걸렸다.

닮았다는 말이

언젠가의 미래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너의 형제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


나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여우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작가 여우비입니다. 화창한 날씨에 가끔 내리는 찰나의 여우비는 밝게 지내다가도 순간적으로 우울함이 스쳐지나 가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6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