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

4부 : 울음의 질서, 4장

by 여우비

정신없이 조문객들을 맞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어제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어른들은 한쪽에서 화투를 치기 시작했고,

형은 내일 운구를 도울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엄마는 형수에게 차 키를 건네며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오셨어. 현서랑 잠깐 쉬다 와.

방에서 쉬면 눈치 보이니까… 그냥 편하게 쉬고.”


둘은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는 등을 가볍게 떠밀었다.

형수와 현서는 외투를 챙겨 조용히 나갔다.


나는 아빠의 영좌 옆에 기대앉아

잠과 싸우고 있었다.

슬픔 속에서도 배고프고 졸린 내 몸이

어쩐지 미웠다.


더 버티면 정말 잠들 것 같아

찬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왔다.


담배 연기가 천천히 흩어지는 걸 바라보다

형수와 현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형의 차 쪽으로 걸었다.


차창 너머 두 사람은

이미 깊게 잠들어 있었다.

하루 내내 흔들림 없이 서 있던 둘의 얼굴을 보자

고맙다는 말이 목 뒤에서 말없이 걸렸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영락아… 아줌마도 아빠한테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니…”


술기운이 섞인 목소리 뒤로

황여사의 울먹임 같은 숨소리가 희미하게 파고들었다.

엄마가 이곳에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사람이었다.

말끝의 떨림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긁어냈다.


“술 깨고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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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여우비입니다. 화창한 날씨에 가끔 내리는 찰나의 여우비는 밝게 지내다가도 순간적으로 우울함이 스쳐지나 가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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