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

4부 : 울음의 질서, 5장

by 여우비

아침이 되자 다시 친척들과 어른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장례지도사가 들어와 남은 물품들을 정리하고 비용을 마무리했다.


“잠시 후 10시에 발인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족분들께서는 지금 용무를 다녀오시고 자리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단단한 목소리가 병풍처럼 공간을 감쌌다.

아버지의 발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현실이 다시 또 한 번 날카롭게 들이박아 왔다.

우리는 모두 아버지의 영좌 앞에 섰다.

사람이 너무 많아 몸이 닿을 듯 밀착해 서 있었다.

형과 나는 맨 앞줄에 섰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맞춰

아버지께 술을 올리고

계보 순서대로 절을 올렸다.

숨소리까지 잠겨 있던 순간.


장례지도사가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에 오르셨습니다.

남겨진 저희의 애통함과 이 세상에 대한 아쉬움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저세상에서 부디 극락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말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울음이 터졌다.

울음은 금방 전염되었고

빈소는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듯 흔들렸다.

나도 결국 버티지 못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는 문장이

가슴 한가운데를 쪼개는 듯했다.


우리는 화장터로 이동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살아오며 장례식에 몇 번 참석했지만,

관을 코앞에서 본 적은 없었다.

더구나 그 관 안에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버겁고 무서웠다.


직원들이 관을 들어 올리는 순간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여우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작가 여우비입니다. 화창한 날씨에 가끔 내리는 찰나의 여우비는 밝게 지내다가도 순간적으로 우울함이 스쳐지나 가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6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