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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바 Oct 18. 2022

언어 노마드 3

재미있는 동이(東夷)어 이야기

달(達)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우리들은 대한건아 늠름하고 용감하다~     

어린 시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영화관에 가득 들어찬 꼬맹이들이 한 목소리로 따라 불렀던 로보트 태권브이 노래. 우리를 대신해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영웅을 위해 나를 비롯한 어린 응원단이 할 수 있었던 건 태권브이가 위기상황을 반전시킬 때 나오는 주제 음악에 맞춰 극장 안이 떠나가라 목이 터지도록 노래를 부르는 일이었습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고 멋진 태권 동작으로 적을 통쾌하게 물리치던 그날의 태권브이를 소환한 건 바로 태권브이 만화영화의 주제가 첫 글자 때문입니다. 달리다! 일상에서 정말 많이 사용하는 기초어 중 하나죠. 굳이 기초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오래된 갑골문이 쓰일 때의 음과 지금 발음이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갑골문을 살펴보면 길 위에서 사람이 몸을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여기에는 특히나 발을 첨가해 놓아 그 뜻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길 위에서 발을 이용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 이 갑골문을 보며 전투의 승리를 알리기 위해 마라톤 전장에서 아테네까지 약 40km를 달려 승첩(勝捷)을 전하고 절명하였다는 용사 페이디피데스를 떠올리는건 무리일까요. 그러면 발음도 알아봐야죠. tʰaːd/daːd 다-ㄷ

닫이라고 읽을 수 있겠네요. 닫은 달의 변형인데 여기서 달리다가 나옵니다. 하지만 ‘닫’도 현재 그대로 쓰이고 있죠.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MBC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응원쇼를 방송으로 내보냈는데요, 요즘은 트로트 열풍으로 더욱 바빠진 가수 박현빈이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앳 된 모습으로 이 날 경기장 한 가운데 마련된 무대에 올라 객석을 가득 메운 6만여 응원단 앞에서 이런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들은 대한건아 늠름하고 용감하다...’ 커다란 스포츠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을 펼칠 때마다 울려퍼지던 ‘이기자 대한건아.’ 2002년 월드컵 이후 ‘오 필승코리아’가 응원가의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기자 대한건아’는 방송이나 응원 무대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친근한 곡인데요. 노래 중간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조국의 영광안고 온 세계에 내닫는다...’ 이번에 들여다 볼 말인 ‘닫다’가 나오는군요. 왜 내 달린다고 안하고 내닫는다 고 했을까요? 먼저 내닫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갑자기 밖이나 앞쪽으로 힘차게 뛰어나가다.’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번엔 ‘닫다’를 보겠습니다. ‘빨리 뛰어가다’로 나옵니다. 의미 차이가 거의 없네요. 내닫다, 닫다 모두 뛰어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는거죠. 그러니까 ‘닫다’는 놀라운 생명력으로 ‘달리다’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겁니다. 월드컵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덧붙이겠습니다. 도움닫기. 육상경기에서 선수들이 도움닫기하는 모습 자주 보게됩니다. ‘높이뛰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따위에서, 뛰거나 던지는 힘을 높이기 위하여 구름판까지 일정한 거리를 달리는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도 닫다의 명사형인 ‘닫기’라는 말이 들어 있는데 역시 앞서 설명한 닫다와 맥을 같이하는 표현입니다. 相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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