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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바 Oct 18. 2022

언어 노마드 6

재미있는 동이(東夷)어 이야기

손(孫)

손자병법/굴비 한 손     

예전 입사 시험에서는 단위와 숫자를 묻는 문제가 단골로 출제되던 적이 있었습니다. 가령 바늘 한 쌈과 고등어 한 손, 조기 한 두름은 모두 몇 개일까요? 하는 식의. 사전에서 그 뜻을 잠깐 살펴보면 쌈은 바늘을 묶어 세는 단위. 한 쌈은 바늘 스물네 개를 이른다고 나옵니다. 한편 손은 한 손에 잡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로 조기, 고등어, 배추 따위 한 손은 큰 것 하나와 작은 것 하나를 합한 것을 이르고, 미나리나 파 따위 한 손은 한 줌 분량을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름은 1.조기 따위의 물고기를 짚으로 한 줄에 열 마리씩 두 줄로 엮은 것. 2.고사리 따위의 산나물을 열 모숨 정도로 엮은 것이라고 나옵니다. 이밖에도 추가적인 뜻이 더 있지만 위 문제와 관련된 뜻은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고유어 이다보니 그렇구나하고 수긍할 수 있겠는데 유독 손의 해석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한 손에 잡을 만한 분량이라는 다소 애매한 설명이나 조기, 고등어, 배추 따위를 한 손에 큰 것 하나와 작은 것 하나를 올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끝나 많은 이들, 특히 국내에 많은 충격과 아쉬움을 안겨 주었는데요. 협상테이블에 나온 북미 양측은 저마다의 꼼꼼한 셈법을 갖고 있었을 테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펼쳤을 겁니다. 그 정점에 있는 트럼프대통령은 평소 자신이 장기로 내세운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했을 겁니다. 이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자주 언론에 언급되다보니 평소 그가 즐겨 읽는 책이 주목되기도 했는데요. 협상가답다고 해야 할까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평소 손자병법을 즐겨 읽는다고 합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 지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2500년 전 중국의 병법가. 중국 춘추시대 최고의 전략가이자 역대 최고의 병법서중 하나로 꼽히는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 군사(軍師)로 기용된 후 신출귀몰한 전략과 전술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장강 이남에 위치한 오나라 출신이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주목하는 것은 그의 병법서와 전술이 아니라 그의 이름, 특히 그가 가진 손(孫)씨 성입니다. 중국에 손씨 성이 많은 것은 익숙한 일이라 특이할 것은 없지만 손씨 성이 주로 거주했던 지역과 손이라는 글자의 의미입니다. 거주지역과 관련해서는 글자 태동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어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생김과 관련된 이야기로만 한정하기로 하겠습니다. 손(孫)자를 살펴보면 자(子)와 계(系)자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자손을 잇는다는 간단한 설명이 가능하겠죠. 그런데 처음부터 이 글자가 만들어지진 않았겠죠. 대를 이을 자손을 뜻하는 글자 자(子). 그런데 이 글자는 현재의 자식들도 표현해야겠기에 또 다른 글자가 필요했을 겁니다. 후대로 자식이 연결이 돼있다? 이어져있다? 계(系)자의 갑골문을 보면 실타래가 이어져있는 모양입니다. 이 실타래 모양(系)에 자식(子)을 더하면 자손을 뜻하는 멋진 표현이 가능하겠네요. 그런데 가만! 계(系)자가 실타래 모양이라고 했는데 앞서 언급한 고등어의 한 손의 손모양은 어떤가요! 굴비나 고등어를 엮은 모습이 딱 계(系)자의 갑골문 그대로입니다. 자(子)는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뒤에 추가됐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글자 수가 많지 않았던 고대에는 자손이 이어진다는 생각과 생선 등을 엮은 모습은 직관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고 이것이 말과 글로 나타났겠지요. 손(孫)씨 성을 가진 분들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손을 잘 이어온 셈 이지요 相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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