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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바 Oct 18. 2022

언어 노마드 8

재미있는 동이(東夷)어 이야기

곶(串)

양꼬치 좋아하세요?     

요즘 양꼬치를 즐기는 분들 많으시죠! 대학가나 식당가에는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는 양꼬치 집. 그만큼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음식이라는 얘기겠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꼬치구이를 언제부터 얼마나 즐겼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불과 20여년전만해도 국내에서는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이후 중국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민간교류가 활발해지자 한국 문화가 중국에 빠르게 전해졌고 중국 문화 또한 국내에 유입되면서 서로에 대한 낯선 느낌을 줄여나갈 수 있었습니다. 조선족이 거주한다는 것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중국 동북지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것도 이즈음 이었습니다. 예전 만주라 불렸던 이곳은 우리와 같은 한국말을 쓰는 조선족의 주 거주지역이고 그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아직도 우리와 유사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많다는 것도 함께 알려지게 되었죠. 날씨가 추운 중국 동북 지방 특성상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체온 유지를 위한 보온, 난방을 위해 가축 사육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사육된 가축을 식량화하는 과정에서 보관성을 높이는 데는 지역 기후에 맞게 음식을 건조 시키는 것이 적당했을 것이고 반면 잡은 고기를 바로 먹기 위해서는 고기를 여러 조각으로 썰어 꼬챙이에 꽂아 불에 익혀 먹는 방법이 좋았을 것입니다. 추위로 인해 불을 늘 가까이 두어야하는 거주민들의 입장에선 불가에 앉아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무척 효율적이고 당연한 식사방법이었을 겁니다. 한자어 선(善)의 갑골문을 보면 양고기를 입에 넣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대인들에겐 양고기를 먹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좋은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모습을 좋다는 뜻의 글자로 표현했으니 말입니다^^ 여기서는 善자가 아닌 양꼬치 집 앞에 걸려있는 串자를 살펴보겠습니다. 글자 이름은 잘 모르겠어도 보면 바로 그 뜻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양 아닌가요?! 

자전에는 여러 가지 발음과 뜻이 나옵니다. 땅 이름 곶꿸 관꿰미 천꼬챙이 찬!

많죠^^

그러데 이 글자를 중국동포들은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뀀’이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해되죠! 양고기를 꿰고 있으니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겁니다. 

글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발음 변화 뿐만 아니라 본래 뜻에 새로운 의미가 곁들여지거나 본뜻이 아예 사라지기도 하는데 생활과 밀접한 말 일수록 생명력이 길고 지닌 뜻도 많아지게 됩니다. 현대 중국어로는 ‘천’에 가까운 발음이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글자가 ‘곶’이라 읽히기도 한다는 점이죠. 곶과 천. 발음이 너무 먼 것 같네요. 한 편 이 글자는 ‘관’으로도 읽히는데 차라리 이게 천에 좀 더 가까운 발음 같습니다. 그렇다면 ‘곶’은 어디서 온 걸까요? 

여러분 곶감 좋아하세요? 가을철 상주에서 나는 곶감은 입안에서 스르르 절로 녹는 맛이 일품이죠. ‘곶감’! 껍질을 벗겨낸 후 줄이나 꼬챙이에 꿰어 말린 감입니다. 감을 꽂(곶)은 거죠. 느낌이 오시나요? 곶을 사전에서 살펴보면 ‘바다 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괄호안에 곶(串)이라고 표기해 놓고 있습니다. 바다 쪽으로 뻗은 육지와 양꼬치에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요? 새해 해돋이 행사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 해마다 1월 1일이면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데요. 그 호미곶을 지도에서 찾아보면 동해를 향해 울릉도 방향으로 돌출돼 있는데요. 마치 꼬챙이나 걸개같은 모양입니다. 곶(?)을 수 있는 형태라는거죠. 곶이 꽂으로 발음되는 된소리 현상은 우리말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스런 음운현상입니다. 게다가 뀀이라는 말에도 꽂다와 같은 어원인 꿰다가 들어 있네요. 중국 고대 금문(金文)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래된 한자어 串은 물건이나 음식 등 무언가를 꽂(곶)거나 꽂(곶)을 수 있게 생긴 형태를 표현한 동이어인 것입니다.相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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