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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트렌드
by
HAN
May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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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도 스타일이란 게 있다고요!
언제나 미용실에서 고분고분 머리를 내맡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눈에서 요상한 불빛을 쏘아대며 자신의 머리스타일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갑자기 오늘부터 앞머리 자르기를 거부한 아들.
그것은 바로 아들의 앞머리 사수.
한 달 전만 해도 미용실에서 보이지 않았던 모습에 아들이라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어머니.
요즘 애들 다 그래요.
날 위로하며
안쓰럽다는 듯
곁에서 한마디 하는
미용사샘. 하지만
불행히도 요즘의 나에게는 조금의 위로도 되진
않는다
.
머리를 자른 건지 만 건지 알 수 없게 눈썹까지 보이지 않게 덮어버린 아이를 보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최근 자주 드는 스멀스멀 뭔가 싸하면서 좋지 않은 느낌적 느낌이
또다시
감지된다
.
5학년이 되면서 친구들과 잦은 약속. 그리고 맘 맞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길 원하는 아들. 어느새 보니 내 눈앞 레이더에도 더 이상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주말엔 오전시간 동안 잠깐 할 일을 하더니 생파를 간다, 친구들과 논다며 나가서 저녁 먹을 때까지 소식이 없다.
그것도 내가 겨우 전화로
경고를
날리고도 한 시간 뒤에야 들어오는 지경이다.
예전과는 분명 온도가 달라진 아들.
나도 저 나이땐 그랬을까.
애써 지나가도 너무 지나가버린 빛바랜 색깔의 30년 전 옛 기억을 끄집어 내본다.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보이는 깻잎머리를 고집하고 남자애들에게 쪽지도 받아본 열두 살 여자아이가 있다. 중학교땐 교복치마를 허리에서부터 접어 입고 친구들과 그저 하릴없이 어울려 다녔던 그때 그 십 대 시절의 나. 지금 생각해 보면 피식 웃음만
나올 뿐.
며칠뒤,
나 또한 치렁치렁 몇 년간의 긴 머리가 지겨워져 오랜만에 짧은 단발로 변신하기 위해 미용실에 갔다. 그리고 만난 젊은 20대 남자미용사.
문득 너무 궁금해져 뜬금없이 물었다.
10대가 되면 왜 그리 단체로 앞머리에 급 예민해지는지에 대해.
빙그레 웃으며 십 대를 지나와본 남자미용사는 말한다.
자신도 돌이켜보면 왜 그랬는진 모르겠다고.
하지만 분명 자기도 그랬다고.
앞머리를 점점 내리고 이마를 가리고 눈썹을 가리고 급기야 눈까지 가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고.
이유는 지금 생각해 봐도 딱히 모르겠지만 그땐 정말 너무 그러고 싶었다고.
내 머리카락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져서 그런 걸까.
그 남자미용사의 이야길 들어서 그런 걸까.
모두가 하나같이 그 대열에 머물러 지나가는 사춘기 시기가 있다면,
언젠가 커서 저 남자미용사처럼 웃으며 철없던 그 시절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지금 너의 시절을 난 기꺼이 존중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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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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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밝은 웃음을 아이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난 심리치료사입니다. 따뜻한 삶속 이야기들로 채워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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